인성, 긴소리, 겹소리
전문 범패승의 합송으로 의례문 가사에 모음창을 더하여 장인굴곡하게 짓는 율조
특정 의례문을 전문 범패승의 합송으로 길고 장엄하게 짓는 소리이다. 장대한 성음을 요하므로 소리하기 전에 허덜품으로 목을 풀고, 가사 사이에 사구성(四口聲·四句聲) 및 기타 모음창이 있다. 가사를 늘여 짓으며 음을 끌어 올렸다 뚝 떨어뜨리는 발성을 반복하고, 모음의 끝을 점차 촉급하게 몰아가는 잣는 소리 등, 종교적 장엄성과 음악적 표출력이 극대화된 성악 장르이다. 영남지역에는 허덜품이 없고, 모음을 늘이는 정도에 따라 홑소리, 긴소리, 겹소리가 있고, ‘음소리’ ‘아아훔소리’와 같은 모음창이 있고, 경제와 같이 격한 시김새나 잦는소리와 같은 창법은 없다.
상형문자로써 폐쇄 독립어인 한문은 글자 한 자만으로 뜻의 전달이 가능하여 ‘노래란 말을 길게 늘인 율려가 성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여겼다. 중국 당나라에서 유입된 한국 범패이므로 무박절의 모음을 길게 늘여 짓는 멜리스마 선율 또한 중국 한자에서 비롯된 음악적 요인이다. 모음을 가장 길고 장엄하게 늘여짓는 것이 짓소리인데, 오늘날 서울과 부산의 짓소리 범패는 발성과 시김새의 표출력의 차이가 크다. 이는 중국과 티베트 범패를 통하여 그 차이를 객관적으로 파악 할 수 있다. 중국의 범패는 주로 모음을 늘여짓는데 비해, 티베트 범패는 무겁고 격한 발성과 표출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모음 장인에 주력하는 영남범패는 당풍범패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비해 경제범패는 당풍범패에 티베트 범패의 발성이 혼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당풍범패를 받아들인 신라의 도성 경주 문화권의 영남지역과 티베트 범패의 영향을 받은 고려 도성 인근 경제 범패가 지닌 지역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 전승 현황 근세기까지 경기지역에는 72곡의 짓소리가 있었다. 1968년 한만영의 「짓소리조사기」에 의하면 당시 서울에 전승되고 있는 짓소리는 인성·거령산·관욕게·목욕진언·단정례· 보례·식영산·지심신례(두갑)·오관게·영산지심·특사가지·거불·삼남태(三暔太:개법장진언의 다른 제목) 등 열 세 곡이었고, 녹음에 참여한 스님은 김운파, 박송암, 장벽응, 박운월, 김운공, 조덕산, 김화담, 한제은, 조일파 스님이었다. 1996년 까지 짓소리 열 다섯 곡과 반짓소리 세 곡이 전승되었으나 일부 선율을 줄여서 반짓소리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 2012년에 구해스님이 8개월간에 걸쳐 열 네 곡을 실창하며 강의한 바 있으나 2017년에 조사해 보니 10여 가지 짓소리가 간신히 설행되는 가운데 실제 의식에서는 반짓소리 내지는 평염불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 호남지역에는 짓소리 계열로 ‘봉청’이 반짓소리에 머물고 있고, 1969년에 녹음된 영남범패 음반에는 ‘삼귀의소리(지심신례 포함)·거령산·연향게’가 짓소리로 녹음되어 있었으나 근래 영남지역 재장에서 짓소리로 창화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 지방별 짓소리 개념 짓소리에 대한 설명은 지방 마다 차이가 있다. 완제는 ‘높은 음을 질러 내는 소리’라 하고, 경제와 영제는 반탁성이나 저음 확대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 경기 지역은 좀더 무겁고 강한 성음에 자출이는 소리 등, 장인굴곡한 시김새의 폭이 크다. 경기지역에서는 독창으로 짓는 홑소리와 달리 합창으로 노래하는 짓소리는 목을 푸는 허덜품과 가사 중간에 4구성과 같은 모음창 등으로 짓소리와 홑소리의 성격이 확연히 구분된다. 이와 달리 영남지역은 모든 소리를 승려 대중의 울력소리(합창)로 하므로 독창이냐 합창이냐로 홑소리와 짓소리를 구분하지 않는다. 음향시설이 없었던 전통사회의 의례 여건을 감안해 보면, 영남지역에서 모든 범패를 울력소리로 하는 것은 고제 범패의 일반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표〉 지역별 짓소리 성격
지역 범패 | 모음창 | 음역 | 창법 | 음세·선율 |
경제 범패 | 허덜품 사구성 |
전체 음역 | 자출이는 소리, 잦는 소리 등, 홑소리와 다른 표현의 차이 뚜렷. | 장엄, 굴곡 |
완제 범패 | 도아어성 | 고음 강조 | 질음소리(반짓소리만 있음) | 등강성(騰降聲) |
영제 범패 | 음소리 아아훔소리 |
저음 강조 | 홑소리와 짓소리의 창법에 그다지 차이 없음 | 모음 장인 |
○ 짓소리를 하는 이유 범패는 일반 예술음악과 달리 의례 기능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짓소리의 유형을 보면, 첫째 의례 상황에 따라 조절해야 하는 경우로 ‘인성’이 이에 해당한다, 그 외에 대부분의 짓소리는 불보살과 경전을 찬탄하고 그 위의(威儀)를 향해 공경의 예를 표현할 때 불리고, 하단에서 불리는 목욕게와 목욕진언 짓소리는 죄업을 정화하는 진중함이 있다. 의례 상황에 맞추어 늘여 짓는 인성은 시련 행렬을 하느라 범패 소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반면 지심신례와 같은 곡은 모두 정좌하여 들으므로 허덜품, 가사, 모음창(사구성 등)이 정교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 삼귀의 첫 구절, 정례 중 불보살을 향한 첫 구 등은 존숭의 예를 바치는 악곡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단에서는 반짓소리가 주로 쓰이고, 하단에서는 더 줄여서 평염불로 촘촘히 짓는데 예외적으로 목욕게와 진언은 하단에서 더 길게 짓는다. 이는 영가와 고혼의 삼업, 특히 무거운 죄업을 씻는 비장함이 있고, 불보살 전에 나아아기 전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의미가 있다. 짓소리를 하는 창자(唱者)는 사구성을 비롯한 장인굴곡한 모음창과 가사를 길게 늘여 짓는 가운데 소리 그 자체를 관(觀)하므로써 염불선을 실현할 수 있다. 이를 듣는 참여 재자(齋者)들도 짓는 소리를 통해 불보살의 지혜와 덕을 생각하며 깊은 감화를 받을 수 있다. 대만의 싱윈따스(星雲大師)는 “범패는 불보살이 들으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함”이라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범패 짓소리는 이를 행하는 창자와 수용하는 청자(廳者) 모두 예술적 감흥과 수행의 경계로 접어드는 극대화된 장르이다. ○ 짓소리의 선율적 특징 홑소리는 ‘할향’을 기초 소리로 하므로 ‘초할향’이라 한다면 짓소리는 ‘인성’이 기초소리이다. 초할향과 인성의 공통점은 의례의 시작 부분에 불리는 악곡으로 각각의 소리를 익힐 때 제일 먼저 배우는 선율이다. 경제 짓소리는 “인성 중 ‘대성(大聖)’자만 할 줄 알면 나머지는 응용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모든 짓소리에는 인성에서 비롯된 공통된 선율 요소가 있다. 짓소리는 악곡의 길이가 짧아도 홑소리와 구분되는 성음이 있으니 자출이는 소리, 잦는 소리와 같이 강한 발성과 극대화된 시김새이다. 자출이는 횟수를 “길게 세 번, 중간 세 번, 짧게 세 번하여 아홉 번을 반복하며 잦아든다”고 하나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이 중요하고, 잦는 소리와 자출이는 소리를 통털어서 ‘잦는소리’라고도 한다. 짓소리의 성음은 적어도 십 년 이상의 훈련을 쌓은 전문 발성의 기량이 있어야만 가능한 고도의 예술적・종교적 영역이다.
예보 1) 짓소리 인성(引聲) 중 잣는 소리 송암스님과 대중스님 인성: 한만영, 『한국불교음악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0, p283 마지막 소절을 서울대학교 릴테이프 음원과 대조하여 분・초를 표시하여 재 작성함.
예보 2) 짓소리 지심신례(두갑) 중 잣는 소리 박송암 지심신례: 윤소희, 「짓소리연구Ⅰ-삼귀의 절차와 지심신례(두갑)분석-」, 『한국음악사학보』 58, 2017, p180. 악보에서 15:42-15:57등의 숫자는 본 음원의 플레이에 해당하는 (분·초)를 표시함.
김문경, 『唐代의 社會와 宗敎』, 숭실대학교출판부, 1996. 윤소희, 「짓소리 연구 Ⅰ- 삼귀의 절차와 지심신례(두갑) 분석 -」, 『한국음악사학보』 58, 한국음악사학회, 2017. 윤소희, 「범패의 위격과 율조변화-영남범패와 대만범패를 통하여-」, 『정토학연구』 23, 한국정토학회.2015. 윤소희, 「짓소리 개념과 음악적 실체 - 경제ㆍ완제ㆍ영제를 비교하여 -」, 『한국음악사 학보』 52, 한국음악사학회, 2014. 윤소희, 「영남범패의 소리길과 성음에 관한 연구 」, 『국악원 논문집』 18, 국립국악원, 2008. 이혜구ㆍ성경린ㆍ장사훈ㆍ한만영, 『무형문화재 조사 보고서 범패와 작법』, 문화재관리국, 1969. 일응어산작법보존회, 『어장 일응, 영산에 꽃피다』, 정우서적, 2013. ○ 음원 박송암, 〈인성〉, 《서울대학교 릴테이프》 No 77-1, 1969년으로 추정. 박송암, 〈영산 중 지심〉, 《송암 큰스님 유작집》 CD7-TR1, 송암대종사문도회, 2001. 이일응, 〈봉청〉, 일응어산작법보존회 소장. 《영남범패》 CDⅠ-Ⅳ, 녹음 1969년, 1994-1995 분류 및 출반, 2007 재출판. 현재 국립무형유산원(https://www.iha.go.kr) 디지털 아카이브.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