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음악(佛敎儀式音樂), 어산(魚山), 성범, 범음(梵音), 불교의례율조(佛敎儀禮律調)
불교 의식에 수반되는 성악.
범패는 인도에서 고대 산스크리트어를 노래하던 원형의 범패와 중국에서 가사가 한문으로 번역되면서 변화한 형태가 있다. 범패란 ‘인도에서 온 노래’라는 뜻으로 범음, 인도소리라고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8세기 중엽 이전에 이미 범패가 전래되었다. 전문 범패승이 부르는 ‘짓소리’와 '홋소리'와 일반 승려인 안채비가 부르는 사설조의 ‘안채비소리’가 있다. 음악 연행이 목적이 아니라 의례 절차에 수반되는 성악으로서, 독창, 제창으로 불리며, 진행에 따라 춤이 동반된다.
‘범(梵)’은 '영적, 신성함'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브라흐마(brāhma)', '패(唄)'는 '찬송, 노래'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파타(pāṭha)'에서 유래했다. 그 시원은 석가모니 입멸 후 제자들이 그 말씀을 합송하던 것에서 9가지 유형의 선율, 혹은 바라문교의 성명(聲明)에 둔다. 이것이 중국으로 전래되어 한문으로 번역되었으나, 가사와 범어 선율이 맞지 않아 조식(曹植, 192~232)이 중국식 범패를 창제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유사』에 760년 월명사(月明師, ?~?)가 "향가만 알 뿐 성범 즉 범패를 알지 못한다"라고 한 일화를 근거로 8세기 중반에 범패가 연행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830년 당나라에서 귀국한 진감선사(眞鑑, 774~850)가 쌍계사에서 제자들에게 범패를 가르친 후 신라 전역에 확산되었다는 내용이 최치원(崔致遠, 857~?)이 지은 「진감선사대공탑비문」에 전한다.

〇 개념과 범주
범패는 독자적인 음악 양식을 가진 성악이다. 불교 문화권 내에 통용되는 선율이 가미된 독송이나 염불도 범패의 범주에 포함하기도 하며, 음악적으로는 고유한 양식을 가진 전문 성악을 뜻하는 의미로 통한다.
〇 분류
범패는 연행 주체, 선율 양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연행 주체에 따라 안채비소리와 겉채비소리로 구분한다. 안채비, 겉채비는 전문성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다. 안채비소리는 의례를 주관하는 사찰의 유식한 병법(秉法) 또는 법주(法主), 즉, 안채비가 담당하는 유치(由致)·청사(請詞) 같은 축원문을 요령을 흔들며 낭송하는 것으로, 흔히 염불 등이 있다. 주로 한문으로 된 산문을 노래하는데 그 내용은 재를 올리는 주인(齋主)을 축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안채비소리는 사설 내용 전달이 주목적이므로 음악적 표현에 치중하지 않고 촘촘히 글 읽듯 엮어 나가다가, 중간중간에 글자의 의미 없는 긴 노래, 사구성(四句聲)을 넣어 음악적 면을 살려내기도 한다. 바깥채비소리는 의례를 위해 초빙된 전문 범패승(겉채비)이 부르는 예술적인 성악이다. 이는 다시 '홑소리'와 '짓소리'로 나뉜다. 바깥채비소리는 음악 양식에 따라 홑소리와 짓소리로 구분된다. 범패는 전승되는 동안 지역화되면서 음악적으로 지역성을 반영하게 되어, 영제(嶺制), 경제(京制), 완제(完制)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〇 용도
범패는 음악 감상이 아닌 불교 의례에 수반된다. 불교 의례는 일상적인 '사시불공(巳時佛供)'부터 규모가 큰 '재(齋)'까지 다양하며, 각 의식의 목적에 따라 범패의 용도가 결정되는데, 종묘제례악의 경우처럼 각 절차마다 지정된 악무가 고정되었다기보다, 현장에서 의례의 진행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응용된다. 전문 범패승이 동원되는 주요 재 의식의 용도는 다음과 같다.
영산재는 불교 의식 중 가장 규모가 크며, 국가의 안녕이나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위해 행한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를 헤매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재이다. 생전예수재는 죽은 뒤의 극락왕생을 위해 살아 있을 때 미리 지내는 재이다. 상주권공재는 49재(四十九齋)가 여기에 속하며, 죽은 자가 극락왕생하도록 축원하는 의식이다. 시왕각배재는 저승의 십왕(十王)에게 빌어, 살아 있는 사람의 재수(財數)를 축원하는 의식이다.
〇 반주악기
범패는 의례 진행과 동반되는 춤의 진행에 따라 징, 광쇠, 북, 목탁 악기 반주에 맞춰 부르기도 하는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〇 역사적 변천
신라 시대 진감선사에 의해 체계화된 범패는,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궁중 음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승되는 동안 고유의 음악성을 유지하는 한편, 민속음악과의 융합을 통해 토착화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 조선 시대 억불 정책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범패의 전승이 약화되었다가 1960년대 홍윤식, 한만영 등 학계의 현지조사와 채록 작업을 통해 범패의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1973년 <영산재>가 국가 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지정되고, 운공·벽응·송암 스님 등이 보유자로 인정되면서 범패 전승은 새로운 활기를 띠었다. 현재는 <영산재>(봉원사, 구해), <국행수륙재>(진관사, 동희), <경제범패>(홍원사, 동주), 조계종어산작법학교(개운사), <예수시왕생칠재>(청련사), <아랫녘수륙재>(창원) 및 부산, 호남(완제) 등 각 지역의 보존회를 중심으로 전문 승려들에 의해 활발히 전승·교육되고 있다.
범패는 신라 시대 진감선사 때부터 현재까지 1,200여 년간 이어져 온 한국 불교의 소중한 음악 유산이자, 그 자체가 수행의 한 방편이다. 조선 시대 억불 정책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민중의 범패는 단절되었으나, 전문 승려들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졌다. 특히 전문 범패승이 부르는 홑소리와 짓소리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국 불교문화만의 독특한 정수로 평가된다. 1970년대 이후 국가 무형문화유산 <영산재>를 비롯한 각종 재(齋) 의식의 지정·복원을 통해 범패 전승이 활기를 띠었으며, 현재는 각 지역의 고유한 토리(경제, 영제, 완제)를 바탕으로 전문 승려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심상현, 『영산재』,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윤소희, 『범패의 역사와 지역별 특징』, 민속원, 2017.
윤소희, 『한중 불교의례와 범패』, 민속원, 2023.
이혜구·성경린·장사훈·한만영, 『무형문화재 조사 보고서 범패와 작법』, 문화재관리국, 1969.
한만영, 『한국 불교음악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0.
홍윤식, 「불전상으로 본 불교음악」, 『불교학보』 9,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1972.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