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가 직접 가야금을 연주하며 민요나 단가, 판소리의 한 대목 등을 노래하는 연주 형태.
창자가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전통은 오랜 연원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국가 및 지역 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전승되고 있는 가야금병창의 형태는 19세기 후반, 가야금 독주와 판소리적인 성악 역량을 겸비한 산조 명인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유성기 음반 제작과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화되었으며, 음악적으로는 수성가락 중심의 정교한 반주와 섬세한 창법이 특징이다. 연행의 자유도는 제한적이며, 주요 악곡은 단가, 판소리 대목, 민요, 잡가 등으로 구성되고 다양한 장단과 악조가 사용된다. 현재는 국가 및 지역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계보를 이어가며, 1인창 형태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주자가 함께 제창하는 무대 양식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가야금을 연주하며 직접 노래하는 연주 형태의 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옛 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금가(琴歌)’라는 표기나 ‘노래하면서 가야금을 연주했다(歌且彈伽倻琴)’는 문장은 현악기, 그중에서도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병창 형태의 관행이 존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19세기 초 신재효가 정리한 《변강쇠가》의 사설에 ‘가야금을 무릎 위에 빗기 얹고… 자진가락으로 차탄한다’고 묘사된 부분 역시 이러한 연행 전통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오늘날 국가 및 지역 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전승되고 있는 가야금병창의 직접적인 유래는 19세기 후반,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 계통의 성악을 겸비한 예인들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의 활동은 20세기 전반기에 이르러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전통음악의 주요 갈래로 자리잡게 되었다.
○ 연주 형식
현재 국가 및 지역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전승되는 가야금병창은 창자가 판소리 창법으로 노래하면서 동시에 산조가야금을 직접 연주하는 연주 형태이다. 연행 구조는 판소리와 유사하게 아니리와 창이 교차하며, 아니리에서는 가야금 반주 없이 소리만으로 진행되고, 창에서는 가야금 반주가 함께한다. 가야금은 전주, 간주, 후주를 포함해 소리의 흐름을 보완하고 장단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하며, 장구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한다.
○ 음악적 특징
가야금병창의 가창은 가야금 반주에 맞춰 노래하기 때문에 극적 표현을 중심으로 하는 판소리에 비해 선율이 안정적이고 평이한 경향을 보인다. 창과 가야금이 정교하게 맞물려 고도의 음악적 기교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며, ‘석화제’라 불리는 화사하고 섬세한 창법이 자주 사용된다. 연주자는 창의 선율에 맞추어 가야금 선율을 변형하거나 강조하기도 하며, 가야금 연주는 가창의 선율을 기악으로 따라하듯 연주하는 ‘수성가락’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때 가야금은 장단의 흐름을 짚어주는 기능을 수행하며, 장구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한편, 판소리를 연행할 때는 고수의 장단에 맞춰 창자가 자유롭게 소리를 이끌어갈 수 있지만, 병창에서는 연주자가 직접 가야금의 선율을 연주하며 그 음정에 맞춰 노래해야 하므로 연행의 자유도가 제한된다. 이로 인해 병창은 높은 집중력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연주 형태로 평가된다. 가야금병창으로 연행되는 악곡은 주로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의 장단으로 구성되며, 악조는 성악의 원 갈래인 판소리, 단가, 민요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 주요 악곡 가야금병창의 주요 악곡은 단가, 판소리 대목, 민요, 잡가 등에서 선곡된다. 단가 중에서는 〈청석령 지나갈제〉, 〈녹음방초〉, 〈죽장망혜〉, 〈백발가〉, 〈공명가〉, 〈호남가〉 등이, 판소리 대목에서는 《춘향가》의 〈사랑가〉, 《수궁가》의 〈토끼화상〉, 《심청가》의 〈방아타령〉 등이, 민요와 잡가에서는 〈새타령〉, 〈남원산성〉, 〈성주풀이〉, 〈진도아리랑〉, 〈뽕따러가세〉, 〈동백꽃타령〉 등이 주류를 이룬다.
○ 역사적 변천 가야금병창은 19세기 후반, 산조 명인들이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하던 연행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산조 형성기의 김창조, 한숙구 명인이 병창을 불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음원이나 기록을 통해 확인 가능한 것은 일제강점기 시기의 심정순, 박팔괘, 심상건, 오태석, 정남희, 강태홍, 이소향 등 다양한 지역 출신의 명인들이 유성기 음반 제작과 방송 출연을 통해 병창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 대부분의 산조 명인들은 가야금병창을 병행하여 연행하였고, 이러한 흐름은 1960년대에 들어 중요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1968년에는 박귀희가 최초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부문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고, 1980년에는 정달영이 추가로 지정되었다. 이후 지역 무형문화재로도 확산되어 1991년 경북(최초 보유자 장월중선), 2005년 광주(이영애), 2013년 전북(강순영) 등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며 지역별 전승 체계가 구축되었다. 현재는 국가 및 지역에 다수의 보유자들이 계보를 이으며 활동하고 있다. 오늘날 가야금병창은 전통 공연예술의 한 갈래로 전승되면서, 1인창 형태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함께 제창하는 무대 양식으로도 확장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연행되고 있다.
김창조 계열에서 박귀희로 전수되는 악곡은 단가 중 〈청석령〉, 〈녹음방초〉, 〈대장부가〉, 〈죽장망혜〉, 〈명기명창〉, 〈백발가〉, 〈사발가〉, 〈공명가〉, 〈호남가〉, 《춘향가》에서는 〈천자뒷풀이〉, 〈사랑가〉, 〈조운모우〉, 〈군로사령〉, 〈갈까부다〉, 〈쑥대머리〉, 《흥보가》에서는 〈중타령〉, 〈감계룡〉, 〈유색황금눈〉, 〈구만리〉, 〈제비점고〉, 〈제비노정기〉, 《수궁가》에서는 〈토끼화상〉, 〈여봐라 주부야〉, 〈여보나리〉, 〈고고천변〉, 〈가자 어서가〉, 〈제기를 불고〉, 〈관대장자〉, 《적벽가》에서는 〈자룡 활 쏘는데(화룡도)〉, 《심청가》에서는 〈올라간다〉, 〈아뢰어라〉, 〈방아타령〉, 〈심봉사 눈뜨는 대목〉 등이 있다. 한숙구 계열에서 정달영으로 전수되는 악곡은 단가 중 〈호남가〉, 〈녹음방초〉, 〈죽장망혜〉, 〈백발가(공도라니)〉, 〈충효가〉, 〈수궁단가(객래문안 흥망사)〉, 〈백발가〉, 〈편시춘〉, 판소리 《춘향가》에서는 〈사랑가〉, 〈이도령 이별 탄식〉, 〈군로사령〉, 〈옥중가〉, 《수궁가》에서는 〈별주부 용왕님께 상소 올리는 대목〉, 〈토끼화상〉, 〈여봐라 주부야〉, 〈여보나리〉, 〈고고천변〉, 《심청가》에서는 〈망사대 탄식 대목〉, 〈심봉사 좋아라고〉, 〈못가것소〉, 〈황성 올라가는 대목〉, 〈예 소맹이 아뢰리다〉, 〈방아타령〉, 남도민요에서는 〈새타령〉, 〈남원산성〉, 〈성주풀이〉, 〈진도아리랑〉, 〈뽕따러가세〉, 〈동백꽃타령〉 등이 있다.
가야금병창은 가야금 연주와 성악을 병행하는 독자적 연행 형식으로, 판소리와 산조를 아우르는 예인들의 창조적 결합에서 비롯된 전통예술이다. 창과 가야금이 정교하게 맞물리는 고도의 음악적 기교는 전통음악의 예술성과 표현력을 심화시키며, 섬세한 창법과 수성가락 중심의 반주는 병창만의 미학을 형성한다. 단가, 판소리 대목, 민요, 잡가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수용할 수 있어 장르적 융통성이 높고, 연주자에 따라 창작과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술적 자율성이 크다. 1인창 형태에서 합창형 무대 양식으로까지 확장되며, 공연예술로서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도 높다. 또한 간단한 반주로 노래할 수 있어 교육적 접근성이 뛰어나며, 전통음악의 보급과 체험에 효과적인 매개로 기능한다.
국가무형문화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로는 1968년에 최초로 박귀희가, 1988년에는 정달영이 지정되었고, 두 보유자가 모두 타계 후 이들의 뒤를 이어 2001년에 강정숙과 강정열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가야금병창: 국가무형유산 가야금병창 및 산조(1968) 가야금병창: 경상북도 무형유산(1991) 가야금병창: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제18호(2005) 가야금병창: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2013) 가야금병창: 전라남도 무형유산(2017)
국립문화재연구소, 『가야금산조 및 병창2, 병창편』, 민속원, 2010. 문재숙, 『가야금을 통하여 본 한국음악사』, score, 2018. 정예진ㆍ배연형, 『가야금병창(춘향가ㆍ흥보가)』, 법영사, 2006.
서은영(徐銀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