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단가
“아서라 세상사 쓸데없다.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東園桃李) 편시춘(片時春) 창가소부(娼家少婦)야 웃들 마소”로 시작되는 이 노랫말에서 편시춘(片時春)이란 노래 제목이 나왔다. 단가에서 인생무상을 주제로 한 노래들은 인생무상과 관계되는 노랫말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은데, 이 노래의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東園桃李) 편시춘(片時春) 창가소부(娼家少婦)야 웃들 마소”도 “공도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 것은 죽음이라 (……) 창가소부(娼家少婦)야 불수빈(不須嚬)하라. 동원도리(東園桃李) 편시춘(片時春) 아니 노지 못하리라(〈백발가(공도라니)〉)”, “여보아라 창가소부(娼家少婦)야 불수빈(不須嚬)하라(〈불수빈〉)” 등과 공유되고 있다. 이 노래의 “우산(牛山)의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인가 분수 추풍곡(汾水秋風曲)은 한 무제(漢武帝)의 서름이라”도 “우산(牛山)의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로구나. 분수 추풍곡(汾水秋風曲)은 한 무제(漢武帝)의 서름이라(〈초로인생(백발가)〉”와 공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생무상은 보다 기본적으로 “인간 백 년 사자 하니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손 죽음이라. 검던 머리 백발 되고 고운 얼굴에 잔주름 잡히고 아니 먹던 귀는 절벽같이 되고 박씨 같은 이는 빠져 낙치(落齒)되고, 두 무릎은 귀가 넘었으니 없던 망령(妄靈) 절로 나니, 춘초(春草)는 연년록(年年綠)이요, 왕손(王孫)은 귀불귀(歸不歸)로다(〈회심곡〉)”와 같은 불교의 〈회심곡〉과 서로 통한다.
단가 <편시춘>은 그리 오래된 단가로 보이지 않으며 일제강점기 때 많이 불리던 단가이다. 임방울(林芳蔚, 1904~1961)과 박록주(朴綠珠, 1905~1979)가 불러 유명해졌다. 이선유(李善有, 1873~1949), 임방울(林芳蔚, 1904~1961), 김남수(金南洙), 김여란(金如蘭, 1906~1983), 김소향(金小香, 1911~1933) 등의 유성기음반 음원이 전한다.
○ 용도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 창자가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소리이자, 창자와 고수의 호흡을 맞추고,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본격적인 소리를 감상하기에 앞서 준비하는 성격을 갖는 악곡이다. 노랫말도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낙천적 성격의 인생무상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음악적인 면에서도 담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갖는다. 단가는 판소리 본 마당과 구분되는 미학적 특성으로 인해 19세기 후반 무렵부터 독자적인 창곡으로도 향유되었다. 이에 따라 20세기 초반에는 개별 시가 갈래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지고 잡가 등 다른 가창 장르와 함께 널리 향유되었다. 따라서 단가는 판소리뿐만 아니라 시가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갈래라 할 수 있다.
○ 음악적 특징 단가는 흔히 보통 빠르기의 중모리장단과 우조 및 평조를 사용하여 점잖게 표현된다. 박록주의 <편시춘>은 그러한 특성을 잘 살려 담담하고 꿋꿋하게 부르지만 임방울의 <편시춘>은 우조로 시작에서 계면조로 끝나는 등 전반적으로 계면 선율이 많다.
아서라 세상사 허망(虛妄)허다 군불견동원도리(君不見東園挑李) 편시춘(片時春) 창가소부(娼家少婦)야 말을 듣소 대장부(大丈夫) 평생사업(平生事業) 연년(年年)이 넘어가니 동류수(東流水) 굽이굽이, 물결은 바삐바삐 백천(百川)은 동도해(東到海)요, 하시(何時) 부서귀(復西歸)랴 우산(牛山)의 지는 해는 제경공(齊景公)의 눈물이요 분수(汾水) 추풍곡(秋風曲)은 한무제(漢武帝)의 시름이라 피 죽죽 저 두견(杜鵑)아 성성제혈(聲聲啼血)을 자랑 말어라 기천년(幾千年) 미귀혼(米歸魂)이 너도 또한 슬프련만 천고상심(千古傷心) 우리 인생들은 봄이 돌아오면 수심(愁心)인가 낙양성동(洛陽城東) 낙화(洛花) 소식(消息) 공자왕손(孔子王孫)도 처량(凄涼)허고 청춘몽(靑春夢)을 계우 깨어노니 백발(白髮) 설움이 더욱 섦네 오릉금시(五陵金市) 은안백마(銀鞍白馬) 당시행락(當時行樂)이 나건마는 장안(長安) 청루(靑樓) 소년들은 저 혼자만 자랑을 헌다 장강(長江)으 배를 띄워, 풍월(風月)을 가득 실코 범범중류(泛泛中流) 떠나갈 제 백구비거비래(白鷗飛去飛來) 뿐이로구나 퉁소 소리가 오오(嗚嗚)허니 소자첨(蘇子瞻) 적벽(赤壁)인가 어데서 비파(琵琶) 곡조(曲調) 인불견수봉청(人不見數峰靑)허니 소상고적(瀟湘古蹟)이 방불(彷彿)허고나 젊어 청춘에 먹고 노지 늙어지면은 못노니라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임방울 창 편시춘 정양·최동현·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편시춘은 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이 단가에서는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인생무상을 노래한다.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한 후,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 없으니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짜임은 단가 〈백발가(白髮歌)〉, 〈사철가(四節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편시춘은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는 단가 중 하나이다. 이 단가를 편시춘이라 하는 것은 첫머리에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東園桃李) 편시춘(片時春) 창가소부(娼家笑夫) 웃들 말아.”라고 하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청춘이 늙어감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에 감정이 맞아 많이 부르게 된 것이다. 중모리장단에 평조로 되어 있으나 대목 대목 설움조가 있기 때문에 슬픈 느낌을 준다.
○ 참고문헌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이승철 외, 『한국민속문학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12. 정양·최동현·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전경욱, 『한국전통연희사전』, 민속원, 2014. 채수정, 『판소리의 첫 호흡, 단가를 부르다』, 채륜, 2018. ○ 참고음원 「한국의 위대한 판소리 명창들(Ⅱ)」, 신나라레코드, 2000. 「단가 1」, 수도미디어,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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