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고동, 나(螺), 패(貝), 대라(大螺), 법라(法螺), 나발(螺鉢), 해라(海螺), 옥라(玉螺), 범패(梵貝), 옥려(玉蠡)
커다란 소라의 각정(殼頂)에 취구를 내어 입김으로 불어 소리 내는 관악기.
커다란 소라 껍데기로 만든 자연 악기로, 예로부터 군영의 신호 악기나 불교 의식 악기로 사용되었다. 지공이 없어 하나의 음만을 길게 내는 것이 특징이며, 현재는 <대취타> 연주에만 사용되고 있다.
수나라 개황 초의 칠부악(七部樂, 589-605)에 고려악이 포함되어 있고, 수나라 대업(大業, 605-612) 때 구부기의 고려악에 패(貝)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나각을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늦어도 7세기초 이전이라고 할 수 있다.
○ 용도
나각은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로 시용하거나 의물로 사용하는 두가지 용도가 있다. 악기로 사용한 경우는 군영과 궁중에서는 행진음악 연주용으로, 불교에서는 의식음악 연주용으로, 향악정재 <선유락>의 반주음악 연주에 사용되었다. 의물로는 조선전기에는 향악일무 <정대업지무>와 향악정재 <정대업지무>의 의물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대취타>의 연주에 사용되고 있으며, <대취타>는 기악감상곡으로 연주될 뿐 아니라, 불교 영산재의 시련(侍輦) 절차와 향악정재 <선유락>에 사용되고 있다.
○ 형태와 구조
몸통은 커다란 소라 껍데기 원형 그대로 사용하며, 뾰족한 끝부분인 각정(殼頂)을 갈아내 취구를 만든다. 별도의 가공 없이 쓰기도 하지만, 겉을 천으로 감싸거나 안쪽을 붉게 칠하기도 한다. 특히 대취타에 사용하는 나각에는 위엄을 더하기 위해 붉은 털 장식인 홍색상모(紅色象毛)를 단다.
○ 제작법
바다에서 사는 큰 소라를 잡아 살을 꺼내고, 뾰족한 끝부분을 갈아 구멍을 내고 취구를 만들어 끼운다. 소라의 원형 그대로 쓰기도 하고, 천으로 거죽을 씌우기도 하며 속에 붉은 칠을 하여 모양을 내기도 한다.
○ 악기 연주법
나각은 지공이 없어 소라 껍데기 내부의 나선형 구조를 울려 자연적인 소리 하나만을 낸다. 소리의 크기와 길이는 연주자의 호흡으로 조절하며, 낮고 굵은 소리가 멀리까지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대취타에서는 보통 나발과 한 장단씩 번갈아 연주한다. 나각의 구음은 ‘두’이고, 강세가 있는 부분은
○ 연주악곡
군영 음악의 전통을 잇는 <대취타>와 그 파생곡인 <별가락> 등에서 나발과 함께 연주된다.
○ 역사적 변천 나각과 같이 소라 껍데기를 악기로 사용하는 문화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나라의 구부기의 고려기에 패가 포함되어 있고(『수서』 권15. 지10), 『삼국유사』에는 8세기경 신라의 사찰에서 나발(螺鉢)을 사용했음을 짐작게 하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국왕의 행차 의식인 위장에 취라군이 편성되었고, 『고려사』에는 일본 상인들이 흥왕사라는 사찰에 법라(法螺) 30대를 바쳤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그 용도가 확대되어 조선전기에는 향악일무와 향악정재의 의물로도 사용되었고, 조선후기에는 취고수나 취타내취 악대의 연주 악기에 포함되었으며, 향악정재 <선유락>의 반주음악 연주에도 사용되었다. 불교의식에서는 고려시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대취타> 연주에만 사용되고 있으며, <대취타>는 무대 공연이나 불교 의식 등에 사용된다.
나각은 자연물(소라)을 최소한으로 가공하여 만드는 악기로,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발성 악기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선율을 연주하기보다는, 낮고 장엄하게 울리는 단일한 음을 통해 의식의 시작을 알리고 공간에 신성함과 위엄을 부여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군영의 악기인 동시에 사찰의 법구(法具)로서, 세속(군영)과 신성(불교)의 영역 모두에서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온 독특한 악기라는 점은 그 문화적 가치를 더한다.
『고려사』 『악학궤범』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정재국 편저, 『대취타』, 은하출판사, 1996. 이상규,「구음을 활용한 대취타 장단 지도 연구」, 『국악교육』 33, 2012. 이숙희. 「불교취타악의 형성 배경」. 『한국음악연구』 37, 2005
오지혜(吳䝷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