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노화(笑指蘆花), 노화월, 백로횡강(白鷺橫江), 객래문아(客來問我), 고국산천(故國山川)
《수궁가》 중 한 대목으로,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죽을 위기를 벗어나 별주부의 등에 업혀 고향으로 돌아가는 노정기(路程記)
《수궁가》 중 가자어서가 대목은 1936년 녹음한 이화중선의 음반(Okeh 1950A)에 “만엽씨 신선생 소리더늠이올시다”라고 제시되어 있어, 신만엽의 더늠이라는 것이 일찍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1934에 발매된 이화중선의 음반(Regal C385-A)에서는 서두에 “권삼득이 하풍세월 하는데 백로횡강 함ᄭᅴ가지 소지로화월일선 초강어부가 빈배…”와 같이 권삼득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어, 가자어서가 대목의 창작에 권삼득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자어서가 대목에는 〈고고천변〉의 ‘천변일륜홍’ 이하의 사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대하여 〈고고천변〉의 인기에 편승하여 가자어서가 대목이 후대에 삽입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또, 그 반대로 먼저 존재했던 가자어서가 대목이 〈고고천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1940년 출판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백경순의 〈고국산천〉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대목은 신만엽의 〈소지노화〉 사설을 간결하게 다듬은 것이다.
꾀 많은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 별주부의 등에 업혀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대목이다. 판소리 수궁가에는 총 세 번의 노정기가 나오는데, 첫 번째는 토끼를 잡으러 별주부가 혼자 세상으로 나오는 노정기, 두 번째는 별주부와 토끼가 함께 수궁으로 들어가는 노정기,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별주부가 토끼를 데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노정기인 가자어서가 대목이다.
가자어서가 대목은 가야금병창으로도 자주 불리는데, 판소리로 부를 때보다 노랫말이 축약된 형태이고 장단도 중중모리장단만 사용하여 구성된다. 판소리의 경우 진양조장단으로 소리하는 부분은 우평조, 중중모리장단으로 소리하는 부분은 평조의 음구조를 갖는데, 진양조장단 대목 일부에 계면조 음악어법을 섞어 부르기도 하고, 중중모리 대목을 평계면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야금병창 가자어서가는 주로 평조로 부른다.
(아니리) 왜 이리 잔말이 심헌고 어서 빨리 나가도록 해라 별주부가 아릴없이 토끼를 업고 세상을 나가는데 세상 경치가 장히 좋던가 보더라.
(진양조)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수를 지내어 백로주를 어서 가자. 고국산천을 바라보니 청천외에 멀어 있고 일락장사 추색원하니 부지하처 조상군고. 한 곳을 다다르니 한 군자 서 있으되, 푸른 옷 입고 검은 관을 쓰고서 문왈, “퇴공은 하이지차하오?” 토끼가 듣고 대답을 허되, “해륙 청산허니 관불관이재요. 탁조불입허고 태불과 봉황이라. 소부지식하고 유매평생이라” 한 곳을 당도허니, 돛대 치는 저 사공은 월범이 아닐런가. 함외장강 공자류는 등왕각이 여기로구나.
(중중모리) 백로주 바삐 지내어 적벽강을 당도허니 소자첨 범중류로다. 동산에 달 떠온다 두우간 배회허고 백로횡강을 함께 가. 소지노화 월일선 초강 어부가 빈배. 기경선자 간 연후에 공추월지단단. 자래 등에다 저 반달 실어라. 우리 고향을 어서 가. 환산농명월 원해근산 좋을시고. 이수로 돌아들 제, 어조하던 강태공은 위수로 돌아들고, 은린옥척뿐이라. 벽해수변을 당도허여 깡짱 뛰어내리며 모르는 체로 가는구나.
가자어서가 대목은 판소리 수궁가 중 한 대목이지만, 판소리보다는 가야금병창으로 더 자주 불린다. 판소리로 불릴 때에는 전반부는 진양조장단으로 부르고 후반부는 중중모리장단을 사용하여 두 장단이 섞여 있는데, 가야금병창으로 불릴 때는 노랫말이 축약되어 있고, 중중모리장단만 사용한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최동현 외, 『한영대역 수궁가 바디별 전집 1~4』, 문화제육관광부, 전라북도,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10. 황승옥, 『가야금병창전집Ⅰ』, 민속원, 2007. 최동현 외, 『한영대역 수궁가 바디별 전집 1~4』, 문화체육관광부ㆍ전라북도ㆍ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10. 이보형, 「고음반에 제시된 판소리 명창제 더늠」, 『한국음반학』 1, 한국고음반연구회, 1991. 이보형, 「수궁가 고고천변 대목의 더늠과 3명창 3조」, 『한국음반학』 24, 한국고음반연구회, 2014. 이진오, 「19세기 수궁가의 더늠 형성에 관한 연구」, 『공연문화연구』 36, 한국공연문화학회, 2018. 황승옥, 『가야금병창전집Ⅰ: 판소리』 서울: 민속원, 2007.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