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상(紅羅裳)
조선후기에 궁중 연향에서 여령이 정재를 출 때 치마 위에 덧입던 크기가 작은 붉은 비단 치마[裳].
홍초상은 조선 시대 궁중연향(宮中宴享)에서 정재를 올리는 여령(女伶) 등이 입었던 크기가 작은 붉은 색 비단 치마이다. 보통 남치마 위에 덧입으므로 웃치마라고도 한다. 궁중연회에 시위(侍衛) 및 차비(差備) 여령(女伶) 등도 남색상(藍色裳) 위에 덧입었다. 나이가 어린 동기(童妓)는 홍초상과는 형태에 차이가 있는 홍라상(紅羅裳)을 입었다.
통일신라시대 흥덕왕복식금령에 표상(表裳)과 내상(內裳)의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치마를 이중으로 겹쳐 입는 관습이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악학궤범(樂學軌範)』(1493)의 권8의 연화대(蓮花臺) 복식과 권9의 여기(女妓) 복식의 도설(圖說)에 상(裳)이 포함되어 있고 “속칭 보로(俗稱 甫老)”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 하지만 보로는 여기의 홍초상과는 형태에 차이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소장의 신정왕후((神貞王后,1808-1890)가 친정 조카에 하사했던 자색 치마 역시 길이 106cm, 폭 126cm로 일반 치마에 비해 크기가 작다. 조선후기 궁중정재에서 홍초상과 같은 작은 치마를 덧 입는 것은 왕실여성의 예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 용도
홍초상은 조선후기 여령의 기본 복식이었고 차비들도 입었다. 반면 동기가 착용한 홍라상(紅羅裳)은 홍초상과 다른 양식으로 『악학궤범』에 수록된 보로와 유사하게 좁고 가는 천 장식이 덧대어진 것으로 보인다.
『무신진찬의궤』에서 여령복식이나 춘앵전(春鶯囀) 여령의 경우 홍초상의 기록만 있을 뿐 남색 상(裳)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국립박물관 소장 『무신진찬도(戊申進饌圖)』에서는 대부분 홍초상을 덧입은 모습이 관찰된다.
○ 형태 및 구조
조선후기 여령의 기복 복식은 안에 저고리와 남색 비단치마를 입고 그 위에 홍초상을 둘렀으며, 그 위에 초록단의(草綠丹衣)나 황초단삼(黃綃單杉)을 입고 가슴에 홍색의 띠를 둘렀다. 초록혜(草綠鞋)를 신고, 손에는 오채한삼(五彩汗杉)을 매고, 머리에는 화관(花冠)을 썼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비롯한 의궤의 복식도에는 홍초상의 그림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복식도에 남색상의 그림은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남색 치마의 아랫부분이 드러날 정도로 홍초상은 일반치마보다 좁고 짧았다. 조선 시대의 앞치마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무신진찬도(戊申進饌圖)』중 차비여령(差備女伶) 등의 모습에서도 남색상 위에 홍초상을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재질 및 재료 『진찬의궤』의 악기풍물(樂器風物)에 홍초상의 소재는 홍색 또는 진홍색의 인문갑사(鱗紋甲紗)나 도류문갑사(桃榴紋甲紗)로 되어있다. 치마에 필요한 옷감의 소요량을 『무신진찬의궤(戊申進饌儀軌)』(1848) 악기풍물에서 찾아보면, 춘앵전에 입을 치마 한 벌에 진홍 도류문(桃榴紋) 갑사 3척(尺), 허리끈〔腰纓〕으로 백색의 화갑사(花甲紗) 2척이 소용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 역사적 변천 조선시대 홍초상에 대한 기록은 『화성원행의궤도(華城園幸儀軌圖)』에서 흰색의 치마허리와 끈이 달린 홍색 치마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진찬의궤』 등의 기록을 보면 정재여령은 물론 각종 차비여령과 비자(婢子) 등이 머리에 쓰는 쓰개와 겉옷이 각기 다른 반면, 치마는 겉에는 홍초상, 안에는 남색상(藍色裳)을 입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궁중정재에서 여령이 입는 홍초상은 반드시 안에 남색상을 입는 것이나 20세기 이후 정재 공연에서 이러한 착장방식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홍색상을 입었으나 길이만 짧은 경우도 있다.
왕실 여성들은 예복을 입을 때 남색 스란치마를 먼저 입고 그 위에 홍색 스란치마를 겹쳐 입었다. 이때의 스란치마는 둘 다 길이가 긴 것이지만 앞서 언급한 신정왕후가 하사한 작은 크기의 자색 치마 유물로 보아, 치마 위에 작은 치마를 예복용으로 덧 입는 왕실복식의 영향이 조선후기 정재복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신진찬도(戊申進饌圖)』 『악학궤범(樂學軌範)』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화성원행의궤도(華城園幸儀軌圖)』
『조선시대 향연과 의례』, 국립중앙박물관, 2009. 『服飾-家政科學大學 蒐輯, 服飾資料를 中心으로』, 梨花女子大學校 博物館 特別展 圖錄(23). 1995.
홍나영(洪那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