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객(風流客)
풍류방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사람
조선조 및 20세기 전반기에 풍류방, 율방, 율회(律會) 등의 모임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거문고·가야금 등의 악기를 연주하던 사람으로 비전문 음악인이 많았으며, 영산회상, 가곡과 같은 아정한 음악을 즐겼다.
율객은 넓은 의미로 악기로 풍류를 연주하던 사람들을 총칭한다. 조선 전기에 신분이 높은 사대부들이 인격 완성의 도구로서 거문고와 같은 악기를 연주하였으나, 이들을 율객이라 하지 않았다. 율객은 풍류가 발달했던 조선 후기에 풍류방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악기를 연주했던 풍류객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 신분 및 위상
조선 전기에는 사대부들이 인격 수양을 위해 악기를 연주하였으나, 그들은 조선 후기에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던 율객과는 차이가 있었다. 율객은 대체로 조선 후기에 풍류방에 모여 악기, 특히 거문고와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던 사람을 총칭하며, 전문 음악인보다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긴 비전문 연주가가 많았다. 전문 연주가 역시 율객에 속하였으나, 금사(琴師)라 하여 구별하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에 풍류가 발달하면서 인격 수양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교유하는 풍류방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반 선비와 중인들로 율객이 확대되었다. 거문고를 연주했던 김홍도, 가야금을 연주했던 홍대용 등이 조선 후기 율객에 해당하며, 많은 선비들이 율객이었다.
20세기에도 여러 지방에 있었던 율회, 율계 등의 풍류방에서 참여한 율객이 많았다. 직업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풍류를 즐기던 이들은 조선 후기 풍류방 문화의 전통을 이어갔다.
○ 역할 및 활동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이 조선 전기에도 있었으나, 풍류 애호가로서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던 율객의 활동이 부각된 것은 조선 후기이다. 율객 대부분은 비전문 연주가로서 스스로 풍류를 즐기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였다. 조선 후기 풍류 문화를 이끈 풍류객으로서 율객은 거문고·가야금·양금 등과 같은 현악기를 많이 연주하였고, 간혹 해금·피리·대금 등의 관악기를 배워 풍류를 연주하기도 하였다. 홀로 연주하는 경우보다 풍류 모임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풍류를 즐겼고, 풍류방에 참여한 율객들과 교유하였다.
영산회상과 같은 기악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전문 가객이 부르는 가곡의 반주를 악기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거문고·가야금·대금·세피리·해금·장고 등에 의한 소규모 형태의 음악을 연주하였는데, 삼현육각(피리·대금·해금·북·장구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과 구별되는 의미로 그들이 연주하던 영산회상 계통의 음악을 줄풍류라고 하였다.
조선 후기 풍류방 문화는 20세기에도 전승되었다. 20세기 전반기에 율객은 율회, 율계 등과 같은 풍류방에서 풍류를 즐겼고, 그들 중에는 한갑득(1919∼1987)·신쾌동(1910∼1977)·전용선(1888∼1965)·편재준(1913∼1976) 등의 명인에게 악기를 배워 전문가 수준에 이른 사람들도 있었다. 20세기에 활동한 이름난 율객으로 전계문(1872~1940), 김용근(1885~1965), 전병인(1888~1968), 김기남(1889~1950), 전석동(1898~19??), 채규환(1901~1974), 나금철(1906~1976), 김무규(1908~1994), 김홍진(1910~19??), 조계순(1914~1996), 강낙승(1916~2019), 이기열(1919~2000), 김환철(1910~1991), 이순조(1933~2001) 등이 있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 후기 풍류방 문화를 계승한 율회, 율계가 전국적으로 있었고, 그러한 풍류 모임에 참여한 율객들은 풍류 전승의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풍류방이 쇠퇴하면서 율객도 급격히 줄었다. 1985년에 이리향제줄풍류와 구례향제줄풍류가 율객에 의한 풍류 전통을 인정받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율객은 조선 후기에 풍류 문화를 주도한 이들로 오늘날의 정악 발전에 기여했다. 20세기 전반기의 율객은 조선 후기 풍류의 전승 주체였고, 그들이 즐겼던 음악 중 일부가 향제 풍류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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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