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옹가야금보(拙翁伽倻琴譜)
1796년 졸옹(拙翁)이라는 사람이 편찬한 가야금악보로, 조선 후기 풍류방의 대표적인 성악곡인 삭대엽 여섯 곡(이중 한 곡은 미완성)의 가야금 반주곡을 기록한 가야금 합자보
졸장만록은 아호를 ‘졸옹(拙翁)’이라고 하는 사람이 1766(丙戌)년 여름에 당시 유명한 맹인 가야금연주자 윤동형(尹東亨)을 만나 그의 가락을 초록하여 두었다가 1796(丙辰)년 가을 이를 정서하여 만든 가야금 합자보로, 삭대엽 여섯 곡(한 곡은 미완성)의 가야금 반주선율이 합자보와 한글 육보로 노랫말과 함께 기록되었다.
『졸장만록』 서문에 의하면 아호를 ‘졸옹’이라고 하는 편자가 흥양(興陽, 현 高興)에 살던 맹인 가야금연주자 윤동형을 만났는데, 윤동형이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였다. 그는 가야금으로 세상에 이름이 나서 그의 절묘한 음악을 듣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였다. 졸옹은 1766년 여름에 승영(昇營, * 순천)에서 그를 만나 음악을 듣고 과연 허명이 아님을 알고, 그의 음악을 좋아하여 함께 배를 타고 절이도(折厼島, * 현재의 거금도) 송악(松岳)의 송광암(松光庵)에 올랐다. 조용한 그곳에서 그의 음악을 함께 즐기다가, 윤동형의 음악을 다시 듣기 어려울듯하여 그 곡조를 악보로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고자 탄법과 안현법 및 고저청탁의 수법을 일일이 기록하였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어 우락(羽調樂時調) 1지(旨)에 이르러 그만두게 됨이 안타까웠다고 하였다. 졸옹은 30년이 지난 1796(병진)년 가을 초고를 정서하여 『졸장만록』을 완성하였다.
○ 체재 및 규격
필사본 한 책(1책). 앞·뒤 표지 및 내용 열아홉 장(서른여덟 면). 세로 35.5 × 가로 25.0 cm. 선장본(오침안정법). 내용은 한지에 먹으로 필사되었으며, 광곽은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서문과 탄현법·안현법·조현법을 설명하는 부분은 계선(界線)으로 아홉 행을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악보부분은 굵은 계선으로 행을 나눈 다음, 가는 계선으로 소행(小行)을 구분하였다. 소행은 필요에 따라 두세 소행으로 나누었는데, 기보(記譜)부분은 대체로 소행 셋이 일반적이다. 제1소행은 노랫말, 제2소행은 가야금 합자보, 제3소행은 한글 구음을 기록하였으나, 노랫말은 부분적으로 누락된 곳이 있고, 중여음이나 대여음에서는 관악기 구음을 적은 곳도 있다. 또한 대여음 부분은 지면을 절약하기 위하여 소행 둘로 기록한 곳도 있다.
○ 소장처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자료실 소장. 악보의 서문 첫 페이지에 ‘연정국악도서관(燕亭國樂圖書館)’이라는 장서인이 찍혀 있다.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졸장만록』은 편자인 졸옹이 영조 42년(1766)에 윤동형의 가야금 가락을 기록해 둔 초록을 바탕으로 30년이 지난 정조 20년(1796)에 이를 정서하여 편찬한 것이다. 이 악보의 바탕이 된 가야금명인 윤동형은 한양에서 나고 자란 맹인으로, 당시 흥양에 살고 있었으며, 가야금 명인으로 세상에 이름이 났었다고 한다. 그러나 편자인 졸옹에 대해서는 아호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 구성 및 내용
책의 표지 제명은 『졸장만록』이지만, 장사훈에 의하여 『졸옹가야금보』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표지에 이어 ‘가야금수법록’이라는 제목의 서문이 두 면에 걸쳐 실렸는데, 편자 졸옹이 맹인 악사 윤동형을 만나 이 악보를 편찬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기록하였다.
서문에 이어 가야금 그림이 있는데, 줄의 순서는 낮은 줄부터 제1~12현으로 붉은 색으로 기록하였고, 각 현의 안족은 검은 색으로 그렸으며, 봉미(鳳尾)와 용구(龍口)의 위치를 적은 글씨는 초록색, 마치 합사법(合絲法)과 같이 줄의 굵기를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 수치는 푸른 색으로 적었다.
이어서 <우수탄현법(右手彈絃法)>·<좌수안현법(左手按絃法)>·<조현법(調絃法)> 설명이 이어지는데, 기보에 사용된 다양한 부호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졸장만록』의 기보법은 가야금의 주법을 기록한 ‘주법기보법’에 해당하며, 줄과 손가락 및 탄법과 안현법을 가리키는 한자와 약자(略字) 및 다양한 부호를 모아 적은 합자보(合字譜)에 해당한다.
수록된 악곡은 다음과 같은데, 마지막 곡인 <우조낙시조>는 1지(旨)만 기록되었다.
<數大葉(쳣ᄌᆞ즌한닙) - 어져 내일이야(*4지 가사 누락)
<羽調 둘재> - 인ᄉᆡᆼ이 둘(* 1지 초두만 가사 있음)
<羽調 셋재치> - (* 가사 없음, 3지 “그리ᄒᆡ”, 5지 “그ᄅᆞᆯ 슬”만 기록됨)
<界面調> - (* 대여음 없음)
<界面數大葉(계면ᄌᆞ즌한닙)> - 어져 내일여....(* 대여음에 관악기 구음 기보됨)
<羽調樂時調> - 쳥샨도 졀노졀노(* 1지까지만 기보됨)
편자인 졸옹도 아쉬워하였듯이 1766년 당시 윤동형 가락의 채보는 편자의 건강상 이유로 <우조낙시조> 1지에서 중단되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졸장만록』의 뒷부분은 음악과 관련 없는 한의학 관련 내용이 스무 면 정도 실려 있다.
거문고 고악보에 비하여 드물게 남아 있는 가야금 고악보로서, 『졸장만록』은 현재까지 발견된 고악보 중 최초의 가야금 악보이다. 후대의 가야금 고악보들이 대부분 육보인데 비하여, 이 악보는 합자보로 가야금의 주법을 자세하게 기록하였다는 점에서 당시의 가야금 연주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귀중한 악보이다. 다만, 조율법이 명확하게 기술되지 않아 해석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졸장만록』의 가야금 열두 줄은 4도+2도의 음렬로 조율하며, 음역은 네 옥타브에 이른다고 한다.
박관선, 「『졸장만록』 기보법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9. 박현숙, 「『졸장만록』 가야금보 해독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80. 장사훈, 「『졸옹가야금보』 해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16, 국립국악원, 1984. 전지영, 「『졸장만록』 조현법 재고찰」, 『한국음악사학보』 46, 한국음악사학회, 2011.
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