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률율보(響嵂律譜)』, 『향률양금보(響嵂洋琴譜)』
1884년 이향률(李響嵂)이 한자 육보(肉譜)로 <가진 풍류> 한 바탕을 기록하여 편찬한 필사본 양금 고악보
1884년 이향률(李響嵂)이 악금론(樂琴論), 율기론(律器論), 가무론(歌舞論), 12율(十二律), 양금도(洋琴圖)에 이어 다스름(調音)과 ‘가진 풍류’ 한 바탕, 취타(吹打) 등 풍류방 기악곡의 양금 가락을 한자식 육보(肉譜)로 기록하여 편찬한 양금 고악보
이 악보의 편찬 과정을 알려주는 서문이나 발문이 없어 자세한 편찬 경위는 알 수 없으나, 표지에 ‘병오 계춘 옹곡 신비(丙午季春瓮谷新備)’라 기록되었으며, 내용 중에 ‘대청 광서10년 갑신 중동 이향율 찬(大淸光緖十年甲申仲冬李響嵂撰)’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 악보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악금론 등을 기록한 말미에 ‘갑신년(1884) 음력 11월 이향률이 이 글을 지었다’고 한 점으로 보아 전체적인 내용은 1884년에 이향률이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지에 ‘병오년(1906) 음력 3월 옹곡(瓮谷)이 새로 갖추었다[新備]’라고 하였으므로, 1906년의 소장자는 옹곡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자의 한 사람으로 보이며 표지에 적힌 ‘옹곡’이나, 편찬자로 보이는 이향율이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이향률의 경우 이씨 성을 가진 인물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다만 자신이 풍류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향률(響嵂)’이라 표기한 듯하다. 이 두 글자는 본래의 글자를 지우고 나중에 다시 쓴 것으로 보인다.
○ 체재 및 규격
세로 23.8 × 가로 20.5 cm, 필사본 1책. 표지명은 『율보(律譜)』이나, 1980년 국립국악원의 『한국음악학자료총서 2』에 영인본을 수록하면서 장사훈이 “책명 「율보」는 「향률양금보」로 알려 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한 바 있다.
○ 소장처
국립국악원 소장. 이 악보가 국립국악원에 소장되는 과정은 『한국음악학자료총서 2』에 실린 장사훈의 해제에 소개되었다. 이에 따르면 『율보』는 “아금고보(峩琴古譜)』와 함께 서세근(徐世根) 소장이던 것이 이주환(李珠煥, * 초대 국립국악원장)을 통하여 국립국악원에 보관되어 온 것”이라 한다.
○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1884년(광서 10년, 甲申) 음력 11월에 이향률이 편찬하였으나, 편자 이향율이나 1906년(丙午) 음력 3월 이 악보를 소장하게 된 옹곡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이향률은 이 악보의 전반부에 실린 악금론·율기론·12율 등의 글을 통하여 음악에 상당한 관심과 조예가 깊었던 인물로 보인다.
특히 악금론에서 “세종대왕은 하늘이 내신 성군으로 음률에 밝아서 음악을 짓고 악보를 만들었으며, 세조대왕 역시 음악에 밝아 종묘의 제사악무를 제정하였다”고 기록할 정도로 음악의 역사에 밝았으며, 12율을 설명하면서 당줄[唐絃] 이상은 청성으로 氵을 붙이고, 징줄[徵絃] 이상은 중청성으로 氵氵을 붙인다고 설명하고 있는바, 이는 고악보에서 중청성을 표기하기 위하여 삼수변 두 개를 붙이는 방법이 처음 소개된 것으로 우리나라 기보법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기록이다.
○ 구성 및 내용
악금론·율기론·가무론·12율에 이어 양금도가 그려져 있는데, 양금도에 의한 양금 조현법 및 율명과 구음은 아래와 같다.
좌괘 좌편 | 좌괘 우편 | 우괘 좌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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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명 | 『율보』 구음 | 율명 | 『율보』 구음 | 율명 | 『율보』 구음 | |
제7현 | 㴢 | 從 | 㶐 | 宗 | 應 | 層 |
제6현 | 㴺 | 治 | 湳 | 致 | 南 | 登 |
제5현 | 㳲 | 稱 | 淋 | 秤 | 林 | 𦒃 |
제4현 | 㶂 | 徵 | 㳞 | 澄 | 仲 | 興 |
제3현 | 㶐 | 至 | 浹 | 志 | 夾 | 䝼 |
제2현 | 湳 | 同 | 汰 | 東 | 太 | 晴 |
제1현 | 淋 | 堂 | 潢 | 唐 | 黃 | 淸 |
양금도에 표기된 율명은 오늘날 양금보의 음고보다 두 옥타브 높게 표기되었다. 따라서 19세기 후반의 율자 표기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중청성(重淸聲)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 악보에서 음고 표기는 한자 육보를 활용하였고, 율자는 양금도에만 보인다.
수록곡은 계면조음(界面調音)에 이어 영산회상(靈山會相)의 본영산(本靈山) 다섯 장, 중영산(中靈山) 다섯 장, 세영산(細靈山) 다섯 장, 제지(除指) 세 장, 삼현(三絃) 두 장, 하현(下絃) 두 장, 염불 다섯 장, 타령(打靈) 세 장, 군악(軍樂) 세 장이 실렸다. 이어서 하성(下聲) 두 장, 계면가락 세 장, 양청환입(兩淸還入) 네 장, 우조가락 세 장, 세환입 일곱 장, 본환입 일곱 장, 취타(吹打) 일곱 장 등이 실려 있다. 본환입 제2~7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장구장단이 충실하게 표기되었고, 비록 정간은 그리지 않았지만 구음을 간격에 맞추어 적어 놓았기 때문에 대체적인 시가(時價) 해석이 가능하다. 장구장단 표기에서 북편을 가리키는 원점(圓點)은 붉은 색으로 표기하였고, 채편을 가리키는 부호인 선과 점은 검은 색으로 표기하였다.
19세기 후반의 양금 풍류 악보로 음고와 시가가 충실하게 기보된 악보이며, 율자보의 중청성 기보 방식을 소개한 악보로, 편찬 연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음악사적 의미를 지니는 악보이다.
장사훈, 「향율양금보(響嵂洋琴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2』, 국립국악원, 1980.
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