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의 가집(歌集)인 『가곡원류(歌曲源流)』(1872)와 그 이본(異本)에서 사용된 기보법(記譜法)의 하나로, 성악곡인 가곡의 노래 선율에서 특정 부분의 음높이나 음의 연결·장단의 변화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노랫말 옆에 병기하던 부호
연음표는 19세기 말 『가곡원류』계통 가집에서 가곡 노래선율의 진행이나 소리의 표현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한 열한 가지 부호로, 성악곡인 가곡 선율에서 특정 부분의 음높이나 노래 선율에서 음과 음의 연결, 장단의 변화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노랫말 옆에 병기한 부호를 가리킨다. 본래 ‘연음표’는 이들 부호 중 ‘앞 구절의 노랫말을 길게 끌다가 다음 구절로 연결할 때, 쉬지 않고 바로 노랫말을 연결하라’는 의미를 지닌 부호 하나의 명칭이었으나, 오늘날에는 『가곡원류』계통 가집에 사용된 부호 열한 종 모두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음표는 주로 『가곡원류』와 그 이본(異本)들에 사용되었다. 1872년 박효관·안민영 등이 편찬한 『가곡원류』는 현재 국립국악원 소장본이 최선본(最善本)으로 알려져 있으나, 박효관 등은 국악원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일찍부터 연음표를 활용한 가집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악원본 『가곡원류』보다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진 육당본과 프랑스본에 그 흔적이 드러난다. 이후 연음표는 국악원본의 이본인 『가곡원류』(하순일 편집본)·『협률대성』·『녀창가요록』(이혜구 소장본)·『여창가요록』(동양문고본)·『가곡원류』(하합본)·『가곡원류』(규장각본)·『가곡원류』(연대본)·『해동가보』(가람본)·『해동가보』(전북대본) 등에 활용되었다.
연음표의 체계가 완성된 『가곡원류』 국악원본에는 열한 종의 부호가 사용되었으나, 각 부호의 명칭이나 기능을 설명하는 언급은 없다. 그러나 『가곡원류』 계통 가집 중 여창을 따로 모아 편찬한 『녀창가요록』(이혜구 소장본)에는 드는표·누르는표·막드는표·든흘림표·접어드는표·눌러떼는표·연음표·반각표·연음막드는표의 아홉 가지 부호와 각 부호의 이름이 실려 있다. 그리고 『가곡원류』 이본의 하나인 『협률대성』에는 드러내는표·눌러내는표·막내는표·가즌든흘림·홋든흘림·연음·장귀·반각표·볼떠러진장단표의 열한 가지 부호와 각 부호의 명칭이 소개되어 있다. 각 문헌의 연음표는 대체로 같은 내용을 보이지만, 몇몇 부호의 모양과 이름표기에 차이가 있다. 『가곡원류』나 『협률대성』의 부호 열한 종 중 세 가지 즉, 악곡의 제목을 표시하는 ‘제목표’, 악곡별로 다수의 노랫말을 기록할 때 각 수(首)의 처음을 표시하는 ‘두표’, 노랫말의 각 장(章) 초두(初頭)·이두(二頭)·일각(一脚) 등을 구분하는 ‘장귀’는 후대의 이본들에서 제외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열한 종의 연음표는 각 부호의 음악적 특징에 따라서 세 부류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음의 높낮이와 관련된 부호이다. 드는표·막드는표·누르는표가 그것이다. 둘째, 음의 연결과 관계있는 연음표는 든흘림표·눌러떼는표·접어드는표·연음표이며, 셋째, 장귀·반각표·볼ᄯᅥ러진장단 등은 모두 기타의 정보를 나타내는 부호이다. 셋째 유형에 속하는 부호 중 ‘장귀’는 장(章)·초두·이두·일각 등 세 장 형식의 노랫말을 다섯 장 형식의 음악에 분배하기 위한 구분을 나타내며, ‘반각표’는 장단의 규칙적 반복에서 벗어나 다섯 점 단위의 반각을 추가하는 부호이다. 중형시조나 장형시조는 단형시조보다 사설의 글자 수가 늘어난 시조인데, 이처럼 늘어난 시조시를 노래하기 위해서는 단형시조를 부르던 음악보다 선율이 늘어나야 한다. 반각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섯 점 단위의 반각 선율을 추가하여 늘어난 노랫말을 부르도록 해당 노랫말 옆에 표기하는 부호이다. 마지막으로 ‘볼떠러진장단’은 『협률대성』에서 “반각을 먼저 연주하고 이어서 일곱 점을 연주하면 부합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표현이다. 그 밖의 연음표 종류와 그 기능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 <표>와 같다. 이 표는 연음표가 사용되었지만, 각 부호에 대한 설명이 없는 『가곡원류』, 여창만 수록하였으나 각 부호의 명칭을 수록한 『녀창가요록』, 그리고 연음표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한 설명도 추가하고 있는 『협률대성』의 연음표를 정리하고, 이혜구·송방송의 견해를 추가한 것이다.
『가곡원류』 연음표 활용 보기 |
『여창가요록』 연음표 부호 명칭 |
『협률대성』 연음표 부호 명칭 |
이혜구의 해석 | 송방송의 해석 | 기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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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는표 | 눌너ᄂᆡ는표 | 抑 | 㑣 |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진행 | ||
졉어드ᄂᆞᆫ표 | 홋든흘님 | |
우조: 㑲-太 계면: 黃-仲 |
한 번 돌리는 꾸밈음 | ||
드ᄂᆞᆫ표 | 드러ᄂᆡ는표 | 揚 | 우조: 仲 계면조: 林 |
음계 구성 상 비교적 높은 음으로 소리 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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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러ᄯᅦᄂᆞᆫ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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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조: 黃-太 계면: 黃-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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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드ᄂᆞᆫ표 | 막ᄂᆡᄂᆞᆫ표 | 고음·저음 말고 평음 |
우조: 太 계면조: 仲 |
낮거나 높지 않은 중간 음역에서 장식음 없이 꾿꾿하게 소리 내는 표 | ||
반ᄀᆡᆨ표 |
반ᄀᆡᆨ표 (*반각표) |
반각 즉 8박을 더 가(加)한 표 | |
한 장단의 절반인 반각(5점)에 넣어 부름 (따라서 반각을 추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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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흘림표 | 가즌든흘님 | 고음·저음·고음의 연결 |
우조:㑣~太 계면조:㑣~仲 |
두 번 이상 돌리는 꾸밈음 | ||
연음막드ᄂᆞᆫ표 | ||||||
연음표 | 연음 | 2음을 끊지 않고 連하는것 | 앞 구절 노랫말을 길게 끌다가 다음 구절의 첫 음으로 바로 연결 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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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ᄯᅥ러진장단표 (隨勢而拍 先以半刻下以七點拍之則可以合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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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는 현행 가곡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듯함. (* 흐름에 따라 박을 짚는다. 먼저 반각을 치고 7점을 치면 부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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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 보이는 연음표는 가곡 노래선율에서 일정한 위치에 주로 붙여진다. 연음표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각 장의 처음(初頭·一脚)과 이두(二頭)이다. 가곡을 비롯한 우리나라 성악곡의 변주방법에서 가장 흔한 것이 노래의 처음 부분을 들거나 숙이거나 평으로 내는 것인데, 각 선율형의 머리에 해당하는 이 부분에 연음표가 집중되는 점은 이들 부호가 노래 선율의 들고·숙이고·평으로 내는 것을 지시하기 위한 기능임을 알 수 있다. 즉 연음표는 일반적인 가곡 곡조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부분을 가자(歌者)에게 알려주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가곡원류』 계열 가집에서 열한 종의 부호가 활용되었으나 제목표·두표·장귀의 세 가지는 음악적인 기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므로, 악보의 역할을 한 부호는 여덟 종이라 할 수 있다. 박효관 등에 의하여 체계를 잡은 연음 부호들은 20세기 초반 하순일에 의하여 조양구락부의 가곡 교육에도 활용되었으며, 1930년대 아악부에서 가곡을 교육한 하규일은 총 열여섯 종의 ‘발음표’를 활용하여 연음표보다 세분화된 선율 표기가 가능하도록 하여 교육에 활용하였다. 전통사회의 노래 악보는 정간보와 율자보·오음약보 등을 활용하여 노래 선율을 기보하였기 때문에 섬세한 표현이나 장식음 등을 표기하기는 어려웠으며, 18세기 이후 사용된 수파형 선율선 악보 역시 기보 수단으로서의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세기 가곡 가창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래 선율의 세부적인 표현까지 기록할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 연음표이다. 박효관·안민영이 심혈을 기울여 고안하고 완성한 연음표는 1930년대 아악부에 의하여 가곡 악보가 만들어지기까지 가곡의 교육과 전승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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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운(金英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