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줄풍류》와 가곡 〈편락〉을 모아 편찬한 가야금 악보집.
1934년 필사한 가야금 악보집으로, 율객들이 연주하던 《줄풍류》와 가곡 〈편락〉(‘나무도’)의 가야금 선율이 한글 육보로 기보되어 있다.
『가야금보』는 1934년 봄과 여름 사이에 완성된 필사본으로, 1944년 어업조합 소속 인물에 의해 보존 기록된 자료로 추정된다. 현재 악보의 원본은 ‘가야금보(필사본)’란 서명으로 국립한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영인본은 2017년에 국립국악원에서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54집의 일부로 간행되었다.
○ 자료 정체
① 편찬연대 및 편저자 사항
책의 앞표지 겉면에 악보명 ‘가야금보(伽倻琴譜)’가 보인다.
책의 내표지 우측에 ‘갑술 오월 일(甲戌五月日)’이란 필사기가 적혀 있어, 이 악보가 1934년(갑술년) 5월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앞표지 우측에는 ‘갑술 팔월 일 가(甲戌八月日袈)’, 뒤표지 안면 좌측 상단에는 ‘8月 四日 淸’이라 적혀 있어, 1934년 8월 4일 맑은 날, 표지를 새 종이로 교체하거나 책을 장정(裝幀)한 것으로 보인다. 편저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전하지 않지만, 소장처 혹은 편저자ㆍ소장자의 신분과 직업을 짐작하게 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책의 뒤표지 안면 우측에는 ‘소화 이십년 칠월 삼일기(昭和二十年七月三日記)’와 ‘금황어업조합(金惶漁業組合)’이라는 문구가 병기되어 있다. ‘소화 20년’은 악보가 편찬된 1934년(갑술년)으로부터 약 10년 뒤인 1944년을 의미하며, ‘금황(혹은 김황)어업조합’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수자원 통제를 목적으로 결성된 어업조합 중 하나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기록은 1944년 7월 3일에 작성된 것으로, 악보의 소장처가 금황(김황)어업조합이었거나, 악보의 편저자 혹은 소장자가 금황(김황)어업조합에 근무하며 이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② 소장처 및 소장번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번호: 한구 000361 ○ 서지사항/자료체제 필사본 1책 30장. 세로 21.9cm×가로 21.6cm ○ 구성과 내용 이 악보집은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줄풍류》와 가곡 〈편락〉(“나무도”)을 수록하고 있다. 《줄풍류》는 〈본령산(本靈山)〉 초장~5장ㆍ〈중령산(中靈山)〉 초장~5장ㆍ〈다사음(多辭音)〉ㆍ〈세령산(細靈山)〉 초장~5장ㆍ〈환입(還入)〉 초장~3장월(三章越)ㆍ〈상현(上絃)〉 초장~3장ㆍ〈잔도도리〉 초장~7장ㆍ〈하현(下絃)〉 초장, 2장, 해탄(觧彈)ㆍ〈염불(念佛)〉 초장~5장ㆍ〈타령(打詠)〉 초장~5장ㆍ〈군악(軍樂)〉 초장~7장ㆍ〈양청(兩淸)〉 초장~5장ㆍ〈글기도도리〉 초장~5장ㆍ〈우조(羽調)〉 초장~5장ㆍ〈국거리〉 초장~3장이 수록돼 있다. 이 악보집의 《줄풍류》 음악은 현재 《향제줄풍류》에서 가장 처음으로 연주되는 〈다스름〉과 호남 《줄풍류》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풍류굿거리〉에 해당하는 곡까지 모두 수록하고 있어서 현행 호남 지역 《줄풍류》 음악과 맥이 닿아 있다. 한편 악보 끝에는 곡명 없이 가곡 〈편락〉(“나무도”)의 가야금 반주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악곡에서는 정간보에 음의 시가를 기보하고, 한글 가야금 육보로 음의 높이를 기보하였다.
음이 없는 빈 정간은 검은색과 붉은색 ○표를 겹쳐서 그려 놓았다. 단, 마지막 곡인 〈편락〉은 빈 정간에 ○표가 없다.
이 악보집의 형태 및 내용과 유사한 악보로 『금은금보(琴隱琴譜)』(1938)가 있다. 두 악보에서는 모두 정간보 안에 동일한 한글 구음을 적어 음악을 기보하는데, 가야금 12현의 순서에 따라 저음부터 ‘크 살 흥 둥 당 동 징 지 칭 ’의 한글 구음을 사용한다. 이러한 구음은 시기적으로 20세기 전반기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동대율보(東大律譜)』(1921)의 가야금 구음과도 유사하며, 지역적으로 전남 구례 《향제줄풍류》에서 전해지는 가야금 구음과 거의 같다. 이것은 이들 악보가 정악 가야금 구음을 공유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악보집의 〈편락〉은 전북 지역 율계에서 활동했던 신쾌동(申快童, 1910∼?)이 연주한 〈편락〉의 거문고 가락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악보집의 〈편락〉(“나무도”)은 1934년 무렵 호남 지역에서 불렸던 가곡의 반주 선율이 분명해 보인다.
『가야금보』는 1934년에 편찬된 유일본 필사 악보로, 국내에 다른 이본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악보는 20세기 전반 음악 애호가(율객)들이 가야금으로 연주하던 《줄풍류》 음악과 가곡 〈편락〉(“나무도”)의 반주 선율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악보의 체제와 한글 구음 표기법이 『금은금보』와 거의 동일하여 같은 계보의 악보로 추정된다. 두 악보는 《줄풍류》 〈상현〉까지의 구성은 일치하지만, 〈잔도드리〉 이후의 곡 배열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가야금보』는 현행 《향제 줄풍류》의 첫 곡인 〈다스름〉부터, 호남 《줄풍류》의 마지막 곡인 〈풍류굿거리〉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어, 현행 호남 줄풍류의 계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또한 현전 민간 줄풍류 악보에서는 보기 드문 가곡의 가야금 반주 악보를 포함하고 있어, 20세기 전반기 민간 줄풍류 및 호남 줄풍류 연구의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현재 『가야금보』의 원본 소장정보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제공되고 있다. 영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연구/자료-학술연구-영인ㆍ번역’ 섹션에서 원문 DB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야금보(伽倻琴譜)』 『금은금보(琴隱琴譜)』 『동대율보(東大律譜)』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
국립문화재연구소 편, 『구례향제줄풍류』, 민속원, 2007. 김영운, 「가야금 구음의 변천에 관한 연구」, 『국악원논문집』 2, 국립국악원, 1990. 문화재관리국 편, 『향제풍류』,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6, 문화재관리국, 1985. 박은혜, 「줄풍류 편락의 거문고 가락 비교 연구: 신쾌동가락과 국악원가락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1. 임미선, 『전북의 음악, 그 신명과 멋』, 『전북의 민속문화』 2, 국립민속박물관, 2008. 최선아, 「『가야금보(伽倻琴譜)』」, 『가야금보』, 『한국음악학자료총서』 54, 국립국악원, 2017. 최선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가야금보』 소재 〈편락〉 연구」, 『동양음악』 45,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2019.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