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노리
원래의 선율보다 높은 음으로 올려 연주하는 변주 방식
‘갑탄’은 『악학습령』과 『어은보』에서 거문고의 4괘에서 7괘로 올려 잡고 가락을 이조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이조는 <악학궤범>의 낙시조와 우조의 관계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풍류 뿐 아니라 판소리와 산조 등 국악 전반에 폭 넓게 사용된다.
18세기 거문고 악보인 『어은보』(1779)의 〈영산회상갑탄〉에서 ‘갑탄’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영산회상갑탄〉은 거문고 4괘법으로 연주하는 <영산회상>에 이어 이를 7괘로 올려 연주하여 변주한 곡이다. 『어은보』와 거의 동시대의 가집인 『악학습령(樂學拾零)』, 일명 『병와가곡집』에서는 〈영산회상〉에 이어 〈영산갑탄(靈山甲彈)〉이 나오는데, “속칭(俗稱) 영산(靈山)곱노리”라는 설명이 있어서 갑탄이 곱노리임을 알 수 있다.
〈영산회상〉 모음곡의 형성 과정에서 『어은보』에 이르러 최초로 〈영산회상〉의 원곡에서 변주된 제2곡이 출현하는데, 그 곡의 이름이 〈영산회상갑탄〉이다. 〈영산회상〉은 거문고 4괘법으로 연주하는데 반복하여 연주하다가 7괘법으로 완전4도 올려서 연주하며 변주하였기 때문에 〈영산회상갑탄〉이라고 한 것이다. 『악학습령』에서는 해당 곡을 〈영산회상〉과 〈영산갑탄〉이라고 하였다. 이 두 곡은 현행의 〈상령산〉과 〈중령산〉에 해당한다. 이처럼 갑탄은 원래의 선율보다 높은 음역으로 올려 변주하는 연주 방식을 뜻하는 용어이다. 완전4도 관계를 이용한 이러한 이조는 『악학궤범』의 낙시조와 우조의 관계에서도 발견되며, 풍류 뿐 아니라 판소리와 산조와 같은 민속악에서도 이러한 이조가 음악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갑탄과 같이 전통적인 변주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현행 〈여민락〉 등 곡에서 피리가 옥타브, 완전 5도 등 위로 올려 변주하는 ‘쇠는 가락’을 들 수 있다.
갑탄은 국악 전반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완전4도 등 선율을 올려 연주하는 전통적 변주 방식을 말한다. 우리 음악의 선율 및 형식적 특징을 설명하는 전통 용어의 하나로서 가치가 있다.
『어은보』 『악학습령』
국립국악원,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7집 : 역양아운, 희유, 금보(단), 고대금보A, 고대금보B, 하바드대금보, 어은보』, 국립국악원, 1985. 이형상ㆍ이학의 편저, 이상규ㆍ이정옥 주해,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9집 : 악학습령』, 국립국악원, 2013. 임병옥, 「『한금신보』 영산회상환입과 『어은보』 영산회상갑탄의 관계에 대한 연구」, 『국악원논문집』 25, 2012. 홍선례, 「어은보의 영산회상 갑탄」, 『한국음악연구』 10, 1980. 우리역사넷, (http://contents.history.go.kr/front/km/view.do?levelId=km_025_0030_0010)
서인화(徐仁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