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보(肉譜)
악기 소리를 본뜬 입타령, 일명 구음을 문자로 표현한 악보
각 악기의 특징적인 소리 및 연주법이나 음고를 의음화(擬音化)하여 한자 또는 한글로 표현한 악보이다.
구음보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진 바 없으나 『세조실록』 권48 악보 서에 “전대에는 성음(聲音)의 절주(節奏)와 소삭 완급(疏數緩急)을 기보하는 악보가 없고, 다만 소리를 본받아 육보를 만들어 음악을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어 고려시대부터 이미 구음을 적은 육보가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안상(安瑺, ?~?)의 『금합자보』(1572)에 관악기 가락을 ‘러, 루, 라, 로, 리’ 등의 육보가 등장하며, 양덕수(梁德壽, ?~?)의 『양금신보(洋琴新譜)』(1610) 등 고악보에서 거문고 가락을 표기할 때 합자보와 육보를 함께 쓰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들어, 육보가 단독으로, 또는 정간보와 병기된 형태의 거문고 악보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학포금보』, 『삼죽금보』가 그 예이다. ○ 교육적 활용 양상 구음과 구음보를 활용하는 예는 일찍이 일제강점기 장악원의 후신인 이왕직아악부의 아악부원양성소 교육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성악’이라고 하여 전공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 외 구음으로 학습하는 시간을 매주 여섯 시간씩 가졌다고 되어 있으며, 전공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에도 아악부원 양성소 제3기생까지는 율자보 없이 스승의 가락을 그 자리에서 익히고 외워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전해진다. 2007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하여 이후 현행 음악교육에서는 초ㆍ중ㆍ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정간보, 가락선 악보와 더불어 구음보를 직접 제시하고 있다.
구음보는 악기의 음색뿐 아니라 주법(奏法), 지법(指法), 취법(吹法) 등을 표현할 수 있으며 소리의 울림꼴이나 길이의 변화에 따른 청각적 특징을 드러냄으로써 음악을 보다 생동감 있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구음은 소리글자인 우리말의 특징과도 통한다. 예를 들어, 거문고 대현의 구음인 ‘덩-둥-등’과 유현의 ‘당-동-딩(징)’만으로 음의 고저와 청탁을 비교할 수 있고, 장구의 합 장단 구음인 ‘덩’과 ‘떵’으로도 소리 세기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즉, 모음으로는 음의 고저, 청탁, 자음으로는 음색과 세기를 표현하여 구음만으로도 음색과 소리의 변별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만 각 악기의 구음을 따로 익혀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정확한 실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세조실록』 권48, 악보 서 김영운, 「한국의 고악보 현황」, 『문화예술』 110, 1987. 성기련, 「국악 어법에 맞는 국악 교수법 고찰」, 『국악교육연구』 3, 2009. 이혜구, 「한국의 구 기보법」, 『한국음악연구』, 국민음악연구회, 1957. 장사훈, 「한국음악의 기보법」, 『한국전통음악의 연구』, 보진재, 1975.
정미영(鄭美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