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에 의한 형식, 한배형식, 세틀형식(三機形式)

느린 곡에서 시작하여 점차 빠른 곡으로 한배를 구성하는 형식

여러 개의 악곡으로 이루어진 음악에서 느린 곡으로 시작하여 점차 빠른 곡을 연주하도록 구성한 형식을 한배에 따른 형식이라고 한다. 즉 빠르기에 의한 형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배에 따른 형식의 음악은 빠르기나 음악의 구조면에서 악곡 전체가 느림-보통-빠름으로 연결된다.

○ 구성 한배는 장단의 하위 개념 중 하나로서 박의 시간적인 길이 즉, 음악의 빠르고 느린 정도를 가리킨다. 본래는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와 시간을 뜻하였다. 즉 한배란 공간을 시간화시킨 개념으로, 음악에서는 속도가 빠르고 느린 정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거리가 멀면 시간상으로 느리다는 것이고, 거리가 짧으면 시간상 빠르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한배는 빠르기, 장단의 한 주기, 장단, 시가(時價), 리듬형 등 여러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장단을 가지고 한배를 설명할 때, 한 장단의 길이 또는 주기ㆍ시가 등으로 한배를 비교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한배가 길다’는 한배가 느리다는 뜻이며, ‘한배가 짧다’는 한배가 빠르다는 뜻이다. ○ 형식 한배가 느린 곡에서부터 점차 한배가 빠른 곡으로 연주하며 느림-보통-빠름으로 짜인 형식을 다른 말로 세틀형식(三機形式)이라고 한다. 세틀형식은 음악의 속도와 관계가 있어 만(慢)ㆍ중(中)ㆍ삭(數) 또는 일(一)ㆍ이(二)ㆍ삼(三)의 세 가지 빠르기에 따른 형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틀 즉 삼기(三機)는 고려 때부터 사용한 용어이다. 『양금신보(梁琴新譜)』 「현금향부(玄琴鄕部)」에 “지금 쓰고 있는 대엽(大葉)의 만ㆍ중ㆍ삭은 고려 정과정(鄭瓜亭)의 삼기곡(三機曲) 중에서 나온 것이다(時用大葉慢中數 皆出於瓜亭三機曲中)”라는 기록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악학궤범(樂學軌範)』 「시용향악정재도의(時用鄕樂呈才圖儀)」 《아박무(牙拍舞)》 중 〈동동 만기(動動慢機)〉ㆍ〈동동 중기(動動中機)〉와 《무고무(無鼓舞)》 중 〈정읍 만기(井邑慢機)〉ㆍ〈정읍 중기(井邑中機)〉ㆍ〈정읍 급기(井邑急機)〉 등에 사용된 만ㆍ중ㆍ삭, 만기ㆍ중기ㆍ급기 뿐만 아니라, 一ㆍ二ㆍ三, 일기ㆍ이기ㆍ삼기 등은 그 용례가 서로 다르나 내용은 빠르기에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용어가 사용된 음악의 구조를 보면, 만(慢: 늦음)은 느리고 가락이 복잡하고, 중(中)은 조금 빨라지면서 가락을 덜어내고, 삭(數: 잦음)은 더 빨라지고 가락을 많이 덜어낸다. 이러한 세틀은 오직 향악에만 나타난다. 『경국대전(經國大典』ㆍ『악학궤범』ㆍ『세종실록악보(世宗實錄樂譜)』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틀형식의 음악은 〈정과정(鄭瓜亭)〉ㆍ〈진작(眞勺)〉ㆍ〈정읍(井邑)〉ㆍ〈만전춘(滿殿春)〉ㆍ〈치화평(致和平)〉ㆍ〈봉황음(鳳凰吟)〉 등이며 현행 연주되는 음악 중 《영산회상(靈山會上)》과 산조(散調), 가곡(歌曲)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영산회상》과 산조는 음악의 구조면에서 악곡 전체가 느림-보통-빠름으로 연결되므로 세틀형식이며, 느린 곡에서 시작하여 점차 빠른 곡으로 한배를 다르게 하여 악곡을 구성하므로 한배에 따른 형식이다. 《가곡》을 연창할 때도 느린 악곡으로 시작하여 점차 ‘농(弄)’ㆍ‘낙(樂)’ㆍ‘편’ 등의 빠른 악곡으로 이어 부르므로 한배에 따른 형식에 해당한다. 한배를 다르게 하여 악곡을 구성하는 형식 중에 긴 자진 형식이 있다. 긴 자진 형식은 느린 음악과 빠른 음악이 짝을 이루어 연주하므로 한배에 따른 형식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여러 개의 악곡이 느림-보통-빠름으로 이어지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또 〈보허자〉와 〈여민락〉 등의 악곡도 동일곡 내에서 빠르기의 변화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음악의 구조면에서 악곡 전체가 느림-보통-빠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배에 따른 형식과 같다고 할 수 없다.

○ 교육적 활용 한배에 따른 형식은 2007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부터 현재까지 교과의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교과서에서는 《영산회상》과 산조를 제재곡으로 수록하고 있다.

○ 교과서 제재곡 《영산회상》, 《산조》

국립국악원, 『국악용어표준안』, 국립국악원, 2010. 장사훈, 『最新國樂總論』, 세광음악출판사, 1985. 한영숙, 「국악의 형식에 대한 논의」, 『국악교육연구』 3(1),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 2009. 한윤이, 「장단의 개념 및 지도 단계에 관한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0. 한윤이, 「한배의 개념 고찰과 교육적 개념 정립을 위한 논의」, 『국악교육연구』 15(1),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 2021.

정은정(鄭恩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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