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민요조(南道民謠調), 육자배기조(調), 육자백이조(調), 육자백이제(制)
‘미(mi)-라(la)-도(do′) - 도(do′)-시(si)-라(la)-미(mi)’의 구조로 된 남도민요와 무가의 음악 양식
토리는 음구조ㆍ선법ㆍ음비중ㆍ음기능ㆍ시김새 등과 같은 여러 총체적 특성으로 음악 양식 유형 특성을 지시하는 용어이다. 문화권별로 다른 토리를 사용하므로 음악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남도민요의 토리는 남도민요 중 대표적인 악곡인 〈육자배기〉와 비슷한 양식으로 된 것이 많기 때문에 〈육자배기〉라는 악곡명을 토리 앞에 붙여 육자배기토리라 부른다.
토리는 과거 음악인들이 지역적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해 왔던 것을 학문적으로 정리하여 사용하게 된 용어이다. 토리와 같은 음악 양식은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유래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사가 길 것으로 짐작된다.
〈육자배기〉는 본래 전남 동부 지역의 논매기소리로 불렸던 곡이지만, 20세기 초반 남도잡가의 한 곡으로 자리 잡았다. 진양조장단에 맞는 느린 곡으로 시김새가 많이 사용되어 육자배기토리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잡가 〈육자배기〉는 일반인들이 부르기에 쉽지 않으나 그만큼 멋진 노래라 여기므로 남도 사람들은 〈육자배기〉를 잘 부르고 싶어 하고 이를 부를 줄 아는 사람들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런 특성 때문에 〈육자배기〉가 남도민요의 대표곡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육자배기토리는 ‘미(mi)-라(la)-도(do′) - 도(do′)-시(si)-라(la)-미(mi)’와 같이 상행과 하행의 구조가 다르며, 주로 ‘라’로 종지한다. ‘미’ 음을 굵고 둥글게 떨기 때문에 ‘떠는 음(떠는 소리)’, ‘라’는 ‘평으로 내는 음(평으로 내는 소리)’, ‘도’는 ‘시’로 꺾어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도-시’를 ‘꺾는 음(꺾는 소리)’이라 부른다. 향토민요에서 ‘솔’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전래동요와 같이 빠른 악곡에서는 ‘시’ 음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미’와 ‘라’의 완전4도가 가장 주요하게 사용되고 있어 두 음 모두 종지음으로 활용될 수 있다. ‘라’ 음이 평으로 내는 안정적 음이므로 지만 ‘라’를 종지음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흥글소리〉와 같이 슬픈 정서를 담은 곡에서는 한숨을 쉬듯 ‘미’로 떨어지는 하행 종지를 하기도 한다. 남도민요 가운데에는 말하듯이 음고(音高)가 불분명하게 부르는 노래도 있고, 음고가 분명한 노래에서는 〈남생아 놀아라〉처럼 두 음을 사용하는 경우, 〈청어엮자〉나 〈고사리꺾자〉처럼 세 음을 사용하는 경우, 한배가 더 길어지면서 네 음이나 그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두 음은 ‘미’와 ‘라’, 세 음은 ‘미’ㆍ‘라’ㆍ‘도’, 네 음은 여기에 ‘시’를 추가하여 ‘미’ㆍ‘라’ㆍ‘시’ㆍ‘도’ 음을 사용한다. ‘도-시’의 진행을 꺾는 음이라 하는데 꺾듯이 하행 진행한다는 의미이다. 남도 사람들이 곡을 하거나 울음을 울 때 꺾는 음을 반복하면서 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노래를 부를 때도 슬픔의 정서를 강조할 때는 꺾는 음을 더 많이 사용한다. 꺾는 음의 진행이 반음이기 때문에, 육자배기토리를 한국음악에서 유일하게 반음이 있는 유반음 5음 음계라 이른다. ‘도’와 ‘시’의 활용 양상을 살펴보면, ‘도’는 독립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시’를 독립하여 사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시’가 독립되어 있는 경우는 다른 선법과 섞여 있거나 조바꿈 현상이 원인일 때가 많다. 빠른 곡에서는 ‘시’에도 가사가 붙는 경우가 있지만, 느린 곡에서는 ‘도’에만 가사를 붙이고 이어지는 ‘시’ 음은 가사 없이 ‘도’ 음의 시김새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의 하행이 주로 사용되며 ‘시’에서 ‘도’로의 상행은 사용하지 않는다. 빠른 곡에서는 ‘도’와 ‘시’ 음이 비슷한 시가를 갖지만 느린 곡에서는 ‘도’를 짧게 연주하고 ‘시’를 길게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 ‘도’를 길게 내면서 흘러내리듯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들은 ‘도-시’의 반음을 반음보다 좀 더 넓게 표현하는데, 그 때문에 ‘미라시도’가 ‘솔도레미’로 바뀐 남부경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 예술음악에서는 떠는 음 ‘미’를 굵고 규칙적으로 떨지만, 일반인들의 민요에서는 떠는 표현이 두드러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미’ 음은 위쪽을 향해 굵게 떠는데, ‘솔’ 음이 생략되기 때문에 큰 폭으로 떨 수 있다. 육자배기토리가 옥타브를 벗어나 음역을 확장할 때에는 주로 음계의 위쪽으로 확장된다. 그 이유는 남도 지역 사람들이 낮은 음을 선호하여 기본 청을 최대한 낮게 잡아 노래하므로 그보다 더 낮은 음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쪽 음으로 ‘레’나 ‘미’가 추가되는데, 일반인들은 떠는음의 옥타브 위 음인 ‘미’ 음으로 노래하는 경우가 많고, ‘레’는 ‘도’ 음을 꾸미는 용도로 짧게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레’를 지속음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판소리나 잡가 등 예술 음악의 영향인 경우가 많은데, 예술음악에서 ‘레’ 음은 4도 위 조바꿈을 위해 주요하게 사용되는 음이기 때문이다. 육자배기토리를 판소리와 산조 등 예술음악에서 사용할 때에는 ‘계면조’라고 부른다. 판소리의 계면조는 음역을 확장하여 사용할 뿐 아니라 우조나 메나리조와 같은 여러 선법과 조바꿈을 자주 사용하므로 음계 구조가 복합적이다. 특히 ‘솔’과 ‘레’ 음의 사용이 많다는 점에서 민요 육자배기토리와 차이가 있다. 육자배기토리를 사용하는 민요는 주로 남도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충청남도의 공주ㆍ부여부터 전북의 서부, 전남에 걸쳐 나타나며, 남해안을 타고 동쪽으로 경상남도 통영까지 나타난다. 육자배기토리로 된 대표적인 민요에는 〈육자배기〉ㆍ〈흥타령〉ㆍ〈진도아리랑〉ㆍ〈강강술래〉ㆍ〈산아지타령〉 등이 있다.
육자배기토리는 민요에서 시작하였으나, 남도 지역에서 발생하거나 발전한 다른 갈래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육자배기토리는 남도잡가와 남도 지역의 씻김굿 무가와 무악(시나위)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판소리와 산조, 병창 등에서는 계면조로 활용되고 있다.
김영운, 「한국 민요 선법의 특징」, 『한국음악연구』 28, 2000. 김혜정, 「육자배기토리의 장르별 변조`변청 양상 연구」, 『남도민속연구』 9, 2003. 김혜정, 「초등 음악교과서의 육자배기토리 민요 기보와 수록내용 개선방안」, 『음악교육』 48/4, 2019. 신은주, 「한국 민요 선법(토리)의 연구 성과 검토 및 논점」, 『한국민요학』 46, 2016. 이보형, 「토리의 개념과 유용론」, 『소암권오성박사화갑기념음악학논총』, 2000.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