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선 악보(가락線 樂譜), 가락선보(가락線譜), 선율선보(旋律線譜), 수파형악보(水波形樂譜)
가락의 움직임을 선으로 표현한 악보
가락선악보는 음의 고저(高低), 시김새 등을 가로선으로 표현하여 음악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가락선악보의 유래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18세기 성악보에서부터 보인다.
○ 역사적 변천 과정
가락선 악보는 18세기 성악보인 옥소(玉所) 권섭(權燮, 1671~1759)의 『가보(歌譜)』, 단국대학교 소장본 『시조(時調)』, 박상수 소장본 『시가(詩歌)』, 『가조별람(歌調別覽)』에 나타난다. 『가보』에는 〈평조 중대엽〉이 실려 있으며, 다섯 장 형식의 가곡 분장에 따라 가락이 다섯 행으로 분절되어 있다. 오른쪽에서부터 기보를 시작해 왼쪽으로 향하며, 가락의 행이 바뀔 때마다 앞선 줄 아래에 새로운 가락선을 그린다. 노랫말은 가락선 사이에 기록되어 있다.
반면, 『시조』와 『시가』, 『가조별람』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보하면서 행을 바꿀 때마다 윗줄로 이동하며, 가사를 가락선 위에 적었다. 또한, 가곡 다섯 장이 총 5행으로 된 형식에서 총 7~8행으로 선율 길이가 확대되고 잔가락이 복잡해진다. 같은 18세기 가락선악보임에도 권섭의 『가보』와 여타의 악보는 이처럼 다른 기보 체계를 보인다.
『오희상금보(吳熙常琴譜)』, 『현학금보(玄鶴琴譜)』, 『학포금보(鶴浦琴輔)』 등 19~20세기 초 고악보에도 가락선악보가 등장한다. 현전하는 18세기 가락선악보가 모두 성악보에 수록되어 있다면, 19~20세기 초 가락선악보는 거문고보에 수록되어 있다. 이들 거문고보의 가락선보는 『시조』, 『시가』, 『가조별람』과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며 행을 바꿀 때마다 윗줄로 이동하며, 선율 길이가 더욱 확대되어 다섯 장이 총 9~10행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정주의 『시조직해(時調直解)』, 정경태의 『증보주해 선율선 시조보』, 오복녀의 『서도소리』 등 20세기 중반에 발행된 전문 국악인의 악보에도 가락선 악보가 나타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보하며 행을 바꿀 때마다 아랫줄로 이동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가로형 정간보에 장단 부호를 함께 표기했다. 또한, 칸을 질러 음의 높낮이와 흐름 등 정보를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보완되었다.
○ 교육적 활용
가락선 악보는 2007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 제시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초ㆍ중ㆍ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의 가창, 감상, 창작 활동을 위한 기보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가락선과 정간보가 결합된 형태로 제작되고 있으며, 음의 높이에 따라 세로 간격(폭)을 달리하여 나타내는 등 기보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다른 양상을 띤다.
가락선악보는 노래 가락을 주체적으로 기보했던 기보 체계이다. 문자를 사용하여 음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기보법들과 달리, 가락의 흐름을 선의 높낮이 및 시김새로 표현하여 시각적ㆍ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기보하는 사람에 따라 방법과 형태가 달라서 누구나 악보를 보고 표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 악보의 가독성(可讀性)은 다소 낮다.
성기련, 「국악 어법에 맞는 국악 교수법 고찰」, 『국악교육연구』 3/2, 2009. 신경숙, 「권섭 『가보』의 악보사적 의의」, 『우리어문연구』 30, 2008. 임미선, 「가조별람 소재 수파형 곡선보에 나타난 18세기 가곡창 선율」, 『한국음악사학보』 35, 2005. 정미영, 「중학교 음악교과서의 가락선 악보 수록 현황 및 개선 방향 연구」, 『국악교육연구』 9/2, 2015. 정미영, 「‘정가’ 교수ㆍ학습 내용의 위계화 방안 연구」, 『국악원 논문집』 46, 2022. 조은숙, 「조선 후기 수파형 악보의 전승 양상과 음악 교육적 효용성」, 『국악교육연구』 15/2, 2021.
정미영(鄭美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