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전승되어 오는 탈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에서 전승되어 온 탈춤이다. 《마을굿》의 형태로 연행되었던 가면극으로, 연희의 구성은 〈강신(降神)〉, 〈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ㆍ선비마당〉, 〈당제(堂祭)〉, 〈혼례마당〉, 〈신방마당〉, 〈헛천거리굿〉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등장인물은 산주, 큰광대, 각시광대, 양반광대, 선비광대, 부네광대, 초랭이광대, 이매광대, 백정광대, 중광대, 할미광대, 주지광대, 청광대, 무동받이 등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사용되었던 탈 중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것이 있으므로 그 유래를 고려시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하회별신굿은 무당과 주민들이 함께 거행했던 굿으로 이때 마을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노는 것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유래했다. 1920년대에 전승이 중단되었다가 1964년 하회탈과 병산탈이 국가문화재으로 지정된 이후 1970년대에 〈탈놀이〉가 재현되었다.
○ 역사 변천 과정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한국 각지에 전해지는 가면극 중 그 유래를 가장 이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사용했던 하회탈 중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으며, 하회탈 제작과 관련된 허도령전설에 문하시중(門下侍中)과 같은 고려시대의 관직명이 등장하는 것이 근거이다. 이러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황해도 지역의 탈춤, 서울 및 경기 지역의 《산대놀이》와는 계통을 달리하는 경북 지역의 자생적인 마을굿계통 탈놀이로서 15세기 초 하회마을에 풍산류씨 집안이 이주해 온 이후에도 풍산류씨의 영향력에 있게 된 마을 사람들은 정초의 《별신굿》과 〈탈놀이〉를 지속해 나갔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전통적인 《마을굿》의 형태로 연행된 것은 1928년이 마지막이었다. 1940년에는 《별신굿》이 아닌 〈탈놀이〉만 연행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재현된 것은 1970년대 이후였다. 1973년에 창립된 안동하회가면극연구회에서 복원 공연을 시도했으며, 1980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이후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음악적 특징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반주악기는 꽹과리, 징, 북 등 타악기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 중 꽹과리는 총 여덟 개를 준비하는데 네 개는 소리가 잘 나는 것으로, 네 개는 소리가 안 나는 것으로 준비한다. 오늘날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춤사위는 주로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추지만, 세마치장단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희자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할미마당〉에서 베틀을 앞에 두고 할미광대가 〈베틀가〉를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특정 노랫말과 선율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연희자가 상황에 맞게 적당한 노래를 골라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 절차
《하회별신굿》은 당맞이 행렬로 시작된다. 섣달그믐에 산주, 서낭대를 멘 광대와 그 외의 연희자들이 풍물 연주와 함께 서낭당에 올라가서 당 안으로 들어가 내림대를 세우고 대내림을 받는 과정이 진행된 후 다시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에 도착한 후에는 각시광대의 춤이 이어지고, 그동안 구경꾼들에게 돈을 받는 걸립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강신마당〉, 〈무동마당〉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후 탈을 쓴 연희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가면극이 진행되는데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ㆍ선비마당〉, 〈당제(堂祭)〉, 〈혼례마당〉, 〈신방마당〉, 〈헛천거리굿〉의 순서로 구성된다. 〈주지마당〉은 암수지 숫주지 둘의 싸움이 핵심이 되는 내용인데 주지탈에 꿩의 털을 꽂은 것 때문에 주지가 아닌 꿩으로 의식해서 꿩싸움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벽사적인 성격이 있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꿩이 등장한다는 점은 다른 지역 가면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부분이다. 백정이 등장해서 도끼춤을 추는 〈백정마당〉역시 한국의 가면극 중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만 나오는 부분이다. 그 외에 영감과 할미의 청어를 두고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 〈할미마당〉, 양반과 선비의 갈등, 그리고 이들에 대한 초랭이의 폭로가 이어지는 〈양반ㆍ선비마당〉 등은 산대극계통 가면극의 등장인물 및 내용 전개와도 공통성을 지닌다.
○ 악곡 구성 《하회별신굿》의 춤사위는 명칭과 구체적인 동작이 분명하지 않다. 경북 내륙지역에서 연행되었던 〈몽두리춤〉(〈덧배기춤〉)과 여성의 오금춤이 《하회별신굿》의 춤사위로 언급된 바 있는데, 예능보유자였던 이상호(1945~)는 백정춤, 중춤, 길놀이춤으로 〈몽두리춤〉을 추고 각시와 부네가 〈오금춤〉을 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하회별신굿》의 춤사위 반주 음악으로는 타악기로 연주하는 굿거리장단, 세마치장단이 연주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굿거리장단이 주로 사용되었다. 굿거리장단은 인물이 등장할 때 연주하는 훈련굿거리, 춤을 출 때 연주하는 자진굿거리 등으로 구분된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굿》의 절차에 포함되어 연행되었던 것으로 《마을굿》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탈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가면을 만드는 기술이나 가면의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오랜 역사성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의 가면이 보존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언제부터 탈춤서낭제로 정립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우, 예를 들면 《강릉단오제》에는 탈놀이가 여러 종목의 하나로 연행될 뿐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하회별신굿탈놀이의 경우는 탈춤 자체가 서낭굿놀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국가무형문화재(1980) 한국의 탈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22)
국립문화재연구소, 『하회별신굿탈놀이』, 도서출판피아, 2006. 서연호, 『서낭굿탈놀이』, 열화당, 1991.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하회별신굿탈놀이연희본』‚ 도서출판 한빛‚ 2007.
임혜정(林慧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