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산대놀이에서 타령장단에 여러 가지 손동작을 하면서 추는 춤
깨끼춤은 타령장단에 맞춰 〈깨끼걸음〉과 〈깽깽이걸음(깨금발)〉으로 여러 가지 손동작을 하면서 추는 다양한 춤사위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퇴계원산대놀이》와 《봉산탈춤》 등에서 폭넓게 쓰인다. 산대놀이에서는 타령장단의 춤을 ‘깨끼춤’이라고 부르고, 경기지역 〈허튼춤〉의 대표명칭으로도 쓰인다. 손짓이 많으며 절도가 있고 매듭이 확실하며, 섬세하고 무폭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타령장단의 깨끼춤은 송파와 양주 등 서울·경기 지역 산대놀이의 기본춤으로, 주로 집단적이며 대중성을 띤 인물들이 추는 춤이다. 한편, 《안성남사당풍물놀이》나 《평택농악》에서 추는 손춤 동작도 ‘깨끼춤’이라 하는 것으로 보아, 경기 지역 춤 문화권에서 추어지는 특유의 춤유형이라 할 수 있다. 즉 경상도 지역의 〈덧배기춤〉, 전라도 지역의 〈허튼춤〉, 해서지역의 〈사위춤〉, 함경지역의 〈넋두리춤〉 같은 〈허튼춤〉의 지역명칭이다. 산대놀이에서는 염불장단의 춤을 ‘〈거드름춤〉’이라 하는데 이는 몸의 마디 속에 멋을 집어넣는 내향적인 춤으로 상좌·옴중·노장 등 특수배역의 의식춤으로 추어진다. 이에 비해 깨끼춤은 민중배역인 팔먹중·취발이·말뚝이 등이 추고, 몸의 마디로부터 멋을 풀어내는 외향적이고 활달한 춤이다. 흥과 신명을 풀어내는 춤이다.
깨끼춤의 ‘〈깨끼〉’는 ‘깨낀다’, ‘깎는다’, ‘깎아 내린다’, ‘꺾어 없앤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깨끼춤과 〈깨끼〉와 〈깨끼리〉, 〈깨끼걸음〉은 유사한 명칭이지만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깨끼춤’은 타령장단에 추는 모든 춤을 일컫는 총칭이며 상위 개념의 춤이다. 〈깨끼〉·〈깨끼리〉·〈깨끼걸음〉은 깨끼춤의 하위 개념으로 깨끼춤의 여러 춤사위 중 하나이다. 즉 깨끼춤이 춤 유형이라면, 〈깨끼〉와 〈깨끼리〉는 춤사위에 해당된다. ○ 구성
《송파산대놀이》에서는 장단에 따라 염불장단의 모든 춤사위를 ‘〈거드름춤〉’이라고 하고 타령장단의 모든 춤사위를 통합적으로 ‘깨끼춤’이라고 하며, 굿거리장단의 모든 춤사위를 ‘건드렁춤’이라고 한다. 타령장단의 깨끼춤에는 〈화장무〉·〈반화장〉·〈자진화장〉·〈곱사위〉·〈여닫이(여다지)〉·〈여닫이어르기〉·〈긴〈여닫이〉〉·〈배치기〈여닫이〉〉·〈배치기〉·〈화장배치기〉·〈어깨치기〉·〈깨끼리〉·〈연풍뎅이(연풍대)〉·〈돌단이〉·〈거울보기〉·〈팔뚝잡이〉·〈멍석말이〉·〈덜미잡이〉·〈자라춤〉·〈장단먹기〉·〈궁둥치기〉·〈배춤〉·〈갈지자춤〉·〈몰아치기〉·〈장삼치기〉·〈한삼치기〉 등이 있고, 걸음걸이에는 〈까치걸음〉·〈양반까치걸음〉·〈취발이까치걸음〉·〈빗사위〉·〈갈지자걸음〉·〈뒷짐걸음〉·〈원숭이재롱춤〉·〈활개걸음(갈지자걸음)〉·〈건들걸음〉·〈껑충걸음〉 등이 있다.
《양주별산대놀이》의 깨끼춤도 네 박자 타령장단에 추는 춤이다. 〈제자리깨끼(제자리에서 추는 춤)〉·〈엇쌔기깨끼(발을 이쪽저쪽으로 엇놓으면서 앞으로 가는 춤)〉, 〈곧은치기깨끼(발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며 앞으로 직진하는 춤)〉·〈盧장〈깨끼〉(엇쌔기깨끼로 나가되 장삼을 휘두르며 굼실굼실 걷는 춤)〉·〈허리잡이〉·〈목잡이〉·〈멍석말이〉·〈너울질〉·〈고개잡이〉·〈여닫이〉·〈곱사위〉·〈깨끼리〉·〈자라춤〉·〈어깨춤〉·〈팔뚝잡이〉·〈까치걸음〉·〈목잡이〉·〈취발이까치걸음〉·〈양반까치걸음〉·〈빗사위걸음〉·〈갈지자걸음〉·〈짐거리걸음〉·〈원숭이걸음〉·〈두루치기걸음〉 등이 있으며, 대무나 삼진삼퇴(三進三退)에도 춘다.
《퇴계원산대놀이》의 깨끼춤은 전진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추는 춤으로서, 제자리〈깨끼〉라고 한다. 오른손은 하늘로 쭉 펴고, 왼손은 어깨 높이로 옆으로 펴고 오른쪽 다리를 'ㄱ'자로 높이 올린다. 오른쪽 다리를 제자리에서 다시 놓으면서 오른손을 해가리개를 하며 시선을 멀리 둔다. ‘얼쑤!’하는 끝박에서 오른손은 어깨 높이에서 멈추고, 왼손은 등 뒤로 댄다. 봉산탈춤의 깨끼춤은 4박자 타령장단에 맞춰서 추는 춤으로 춤사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염불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사위인 〈거드름춤〉이고, 다른 하나는 타령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사위인 깨끼춤이라 하지만 ‘〈사위춤〉’이란 명칭을 주로 쓴다. 첫째먹중이 쓰러졌다 일어나서 악사의 타령곡이 한층 더 빨라지면 팔을 휘저으며 한쪽 다리를 쳐드는가 하면, 한편 소매를 휘저으면서 매우 쾌활한 깨끼춤을 추면서 탈판을 휘돈다. 봉산탈춤형의 춤사위는 장삼 소매를 휘어잡고 뿌리거나 한삼을 경쾌하게 휘뿌리면서 두 팔을 빠른 사위로 굽혔다 폈다 하는 깨끼춤이 기본이 된다. 그러나 해주탈춤의 춤사위는 느린 속도로 긴 소매를 고개 너머로 휘두르는 동작이 사용된다. ○ 주요 춤사위 가장 기본적인 깨끼춤의 사위는 《양주별산대놀이》의 〈깨끼〉(배기는 춤)와 《송파산대놀이》의 〈화장무〉(자진화장)이다. 이들은 명칭이 다르나 같은 계통의 기본 춤사위이며, 각기 분화된 춤사위를 가지고 있다. 〈깨끼〉는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송파산대놀이》의 〈화장무〉·〈자진화장〉과 같은 개념의 춤사위이다.
〈깨끼리〉는 한쪽 무릎을 ‘ㄱ’자(깨금발, 깽깽이걸음, 앙감질)로 들고 다른 발로 선 채로 여러 가지 손춤을 추는 산대놀이만이 가지는 독특한 춤사위이다. 깨금발을 든 채로 손동작은 〈자진화장〉·어르기·〈여닫이〉·〈팔뚝잡이〉·〈화장무〉 등을 연달아 몇 장단에 걸쳐 추고 나서, 들었던 무릎을 내려딛고 반대 무릎을 들고 제자리에서 반복해서 손동작을 하면서 제자리에서 춘다. 대개는 상대방과 대무(對舞)나 관객을 향해 추는 춤으로, 상대방과 수화(手話)를 하듯이 추는 춤사위이다. ‘〈깨끼걸음〉’은 2박1걸음으로 무릎을 들었다 내딛으며 걸어가는 타령장단 깨끼춤의 기본 걸음이다.
깨끼춤은 대개 피리 두 대·대금·해금·장구·북의 삼현육각 편성으로 반주하고, 음악은 네 박자의 타령장단으로 되어 있다.
깨끼춤의 동작은 무술적인 동작과 농경적인 동작을 동시에 보여준다. 손짓이 발달해 있고 표현에는 절도가 있고 매듭이 확실하다. 또한, 도약이 많은 《해서탈춤》과는 달리, 섬세하고 무폭이 작으며, 뒤꿈치만 들어 주는 돋음새로 추는 답지춤(踏地舞)이라는 점은 중부지방 춤 동작의 특징 중 하나이다.
박전열, 『봉산탈춤』, 화산문화, 2001. 이병옥, 『송파산대놀이』, 도서출판 피아, 2006. 이병옥, 『송파산대놀이 연구』, 집문당, 1981, 전경욱, 『한국전통연희사전』, 민속원, 2014. 정형호, 『양주별산대놀이』, 화산문화, 2000.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퇴계원산대놀이』, 월인, 1999.
이병옥(李炳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