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옥이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작곡한 가야금산조
안기옥(安基玉, 1894~1974)은 남한에서 학습한 김창조 가락과는 별도로 본인의 가야금산조를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만들었다. 장단 별로 3-4분 정도의 단 악장짜리이며 그 음원은 평양무용음악대학과 북한박물관 소장으로 전한다.
안기옥가야금산조의 연 주음원은 평양무용음악대학과 북한박물관 외에 연변예술대학에 있으며, 남한 전통음악계에 알려지게 된 통로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그의 아들(안성현)과 손녀(안화열)가 연변예술대학 김진에게 기증하여 이것이 양승희(김죽파류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에게 전해지면서 남한에 알려지게 되었고, 다른 하나는 MBC 방송국의 최상일 피디에 의해 평양무용음악대학과 박물관 소장의 관련 음원이 남한에 전해지게 되었다. 그 목록은 1929년 유성기 음반의 진양조 30장단 외에 1957년 김진 채보의 진양조 24장단, 77장단, 22장단 두 가지, 중모리 26장단, 중중모리 44장단, 엇모리 65장단, 자진모리 258장단 그리고 휘모리 258장단이다. 이에 대한 음악적 특징이 분석 연구 그리고 연주되었다.
〇 역사적 변천과정 안기옥 연주 가야금산조는 1929년 유성기 음반에 진양조 30장단을 남긴 이후 1946년 월북하여 북한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김창조가락을 오선악보로 정리하였고, 본인이 창작한 가야금산조는 별도로 전해지게 하였다. 그 음원의 종류는 장단별로 여럿이다. 1957년 김진을 제자로 가르치면서 채보된 김창조 가락이 정남희와의 공저 『가야금교칙본』에 실려 있다. 말년에는 그의 손녀 안화열(평양무용음악대학 교원)에게 가야금을 가르쳤으므로 그의 가락이 전해졌을 것으로 사료 되며, 그가 작곡한 가야금산조는 북한, 연변이외에 남한에서 연주되었다. 특히 그의 음악에 대한 연구는 석·박사 논문으로 여러 편이 나와 있다.
〇 음악적 특징 북한박물관에 전하는 안기옥 가야금산조 연주 음원의 종류는 많은데, 이 중에는 김창조의 음악특성이 전해진 것, 남한산조의 특징이 담겨있는 것 외에 본인의 작곡으로 이 둘과는 다른 틀로 되어 있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그가 작곡한 것으로 보이는 음원 중 남한산조와 구별되는 음악적 특징은 우조길, 평조길로 짜인 대목이 많아 계면길 위주 전승의 남한 산조와 차이가 있으며, 평조길과 우조길이 자주 혼용되는 남한산조와 달리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쓰는 차이가 있으며, 계면조 선율에서도 음계 음들을 개방현으로 드러내어 쓰는 편이다. 안기옥은 전통음악어법에 바탕하여 그의 음악세계를 구축했으며, 산조를 농현음으로 메꾸어가기보다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리듬변주로 풀어내었다. 1929년 유성기음반의 진양조 30장단은 현 산조의 평조대목에 해당하는 선율과 g본청 계면길 선율이 담겨있다. 이는 안기옥이 본인 가락을 작곡하기 전, 당시의 남한 가야금산조 중 일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이며, 김창조의 음악특성이 가장 많이 담긴 것이라고 하겠다. 1957년 김진 채보의 진양조 24장단, 77장단은 기존 남한가야금산조 틀과 공통되는 것으로 보아 안기옥 작곡은 아닌 것으로 본다. ① 안기옥 작곡으로 보게 되는 진양조 22장단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g 본청, 다른 하나는 a본청 계면길로 되어 있고 기존 산조와 틀이 다르다. g 본청 계면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면길 구조로 긴장감과 슬픈 악상이 유지되며, 3-4분 정도 길이의 짧은 진양조에서 기승전결의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리듬변화에서 중중모리 장단에서나 쓰일법한 세분된 리듬 꼴로 질주해 가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대목은 처음부터 계산된 구도로 작곡된 곡임을 알게 해준다. ② 중모리: 우조나 평조선율이 계면조보다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점은 남한산조와 다르다. ③ 중중모리: 전통음악의 장단구조에 능란함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④ 엇모리 65장단: 평조길과 우조길로 건드렁거리게 연주된 뒤 계면길로 전환된다. 남한산조에서 엇모리장단은 드물게 쓰이며 거의 계면길로 연주되는 편이다. 본 곡은 평조와 우조로 길게 짜인 특징이 있다. 안기옥의 가족으로부터 음원을 전해 받은 쪽은 안기옥 작곡 연주로 정리하고 있고, 한편 윤이상 음악연구소로부터 전해 받은 쪽은 정남희 가락으로 정리하고 있어 의견이 갈린다. 명고수 김명환은 정남희의 연주가 “지독한 발발성으로 다듬어졌다는” 구술을 전해 주어 향후 확인이 필요하다. 이 가락은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에 인용되어 있다. ⑤ 자진모리: 흔히 자진모리 한 장단을 4박으로 언급하는데, 안기옥의 자진모리에서는 어느 한 가지만을 보편적인 리듬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리듬조합이 일어난다. 그것은 자진모리 12박(12/8)이 4박(4/𝅘𝅥.)이 되든 6박(6/4)이 되든 또는 2박(𝅘𝅥)이나 3박(𝅘𝅥.)의 리듬 꼴로 복잡한 혼용을 이루든, 그 어떤 조합이어도 본 음악에서는 흔하고 아주 수월하게 보편적 리듬구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2박이나 3박이 장단의 어디에 배치되더라도 바로 본디 장단 틀로 되돌아올 수 있는 연주력과 응용력, 리듬순발력은 옛 명인들의 응축된 음악적 힘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이다. ⑥ 휘모리: g본청 계면길, b♭본청 우조길, d본청 계면길로 짜여 있어 안기옥이 작곡한 가야금산조의 다른 장단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다양한 청 변화가 나타나며, 템포가 매우 빠르고 기교적이며 힘찬 연주는 압권이다.
안기옥은 김창조의 가야금산조가락 오선악보 정리와 그가 남긴 연주 음원을 통해서 산조음악사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비록 제자를 통한 악보 정리이지만 이를 통해서 가야금산조 1세대 음악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고, 또 2세대의 음악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기존 틀과 다르게 본인의 산조 창작가락까지 남겼다. 안기옥은 가야금산조계의 1세대와 3세대를 이어준 뛰어난 연주자이면서 산조 가락의 작곡자이다. 또 남한 전통음악을 북한 사회에 자리 잡게 하는데 공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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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金海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