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얏고 산조
가야금으로 된 산조
가야금산조는 여러 산조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하며 초기 산조사를 견인했다. 산조들 중에 가장 다양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함화진(咸和鎭, 1884~1949)은 『조선음악통론』에 “김창조는 심방곡을 변작하여 산조를 변작할 새 우조 계면조로 분류하여 각종 악기에 탄주하기 시작하였고” 라고 하여 초기 가야금산조를 만든 음악가를 김창조로 지목했지만, 김창조(金昌祖, 1856-1919) 세대 산조를 만든 음악가들은 김창조 외에 한숙구(韓淑求, 1865~미상), 심정순(沈正淳, 1873~1937)등이 있다. 이들을 1세대로 하여 가야금 산조는 2세대를 거치면서 악장이나 선율이 증가되었고, 3세대에는 정형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에 따라 즉흥연주에서 악곡 형식을 갖추어가는 음악으로 정착되어 있다. 스승의 가락을 재해석하고 본인의 창작 가락을 덧붙이거나, 다른 음악을 수용하여 20여 분에서 불과했던 음악은 40~50분이 넘은 음악으로 변화되었다. 학습 계보에 따라 여러 유파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악장의 구성이나 가락 그리고 조(調)의 짜임, 연주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 초기에 가야금산조는 즉흥적으로 연주되고 구전이어서 연주 때마다 가락이 달랐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여러 연주자와 악기 간에 모방적 변화 혹은 창조적 변화가 이루어져 왔고, 이 단계를 거쳐 정형화가 가능해졌다. 가야금산조의 2세대로는 연배가 비슷한 안기옥, 한성기, 강태홍을 들 수 있다. 안기옥은 1946년 월북하여 그곳에서 활동하며 김창조 가락을 악보로 전하게 하는 한편 스승과는 다른 틀로 본인의 가야금산조를 만들었다. 강태홍은 안기옥에 비해서 일찍 작고한 편인데, 그의 가락은 김춘지(본명 김채운金彩雲, 1919~1980), 원옥화(元玉花, 1928~1971)를 거쳐 구연우(具演祐, 1936~1984), 신명숙(申明淑, 1940~2019?) 등에게 전해져 오늘에 이른다. 한성기는 김죽파를 가르쳐 오늘날 김죽파류 가야금산조가 이어지게 하였다. 심상건은 산조의 즉흥적 구성에 뛰어나 그가 남긴 여러 이본의 산조는 변화의 폭이 크다. 종합적으로 보면, 심상건의 산조느 심정순의 산조에 보이는 특징을 계승하는 한편, 김창조계 산조의 양식도 수용했다. 심상건은 당대의 명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학습을 통해 전승되지는 못했다. 2세대 산조는 모두 다음 세대로 전승되지는 못했지만, 일부 3세대로 전승된 산조는 정형화되고 정교한 연주법을 발전시켜 다양하고 기교 넘치는 기악 독주곡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 음악적 특징 산조가 기악독주곡 형식을 이루는데 중요한 음악적 요소는 장단과 조이다. 가야금산조에서는 파마다 구성이나 명칭에서 작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다스름부터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짜인다. 유파에 따라서 굿거리, 엇모리, 늦인 자진모리장단이 구성되기도 하고 또 휘모리를 세산조시로 부르기도 한다. 가야금 산조에서 사용되는 조는 여러 가지이지만, 우조, 평조, 계면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계면조는 진계면, 평계면, 변계면 등으로 세분되어 쓰여 선율 진행상의 차이가 있다. 그밖에 돌장은 우조와 평조 대목을 연결하는 기능으로 쓰이며, 경드름은 경기지방 음악 스타일로 연주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생삼청은 ‘외갓집목’ 또는 ‘새삼스러운 청’이라는 뜻으로 음악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석화제는 두 개 청이 동시적으로 나타난다. 조에 따라서 독특한 선율 진행이나 농현 기법과 표현력이 요구된다. 가야금산조의 선율은 작은 단락의 쌓임으로 소단락- 큰 단락- 조- 한 악장을 이룬다. 이때 시작이나 종지 선율은 단락을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가야금산조는 가장 먼저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여러 악기의 산조의 발달을 선도했고, 연주법에도 대혁신이 일어나 경쟁적으로 기교를 과시하는 명인의 탄생을 견인하기도 했다. 가야금산조는 국악기 협주곡 창작시 가장 먼저 주목되는 음악이었고, 현재도 작곡가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기도 하였다.
함화진, 『한국음악통론』, 을유문화사, 1948. 정남희․안기옥, 『가야금교칙본』, 조선음악출판사, 1958. 김해숙, 『산조연구』, 세광출판사, 1987. 양승희, 『김창조 가야금산조연구』, 마루, 1999.
김해숙(金海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