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욕진언, 범어범패, 진언 율조
재의식, 천도재 등에서 영가 및 고혼을 목욕시키며 송주하는 범어 범패
상·중·하단의 관욕 절차에 부르는 진언율조이다. 영산재는 대령(對靈)에서 망자의 혼백을 목욕시킬 할 때 관욕게(灌浴偈)에 이어서 “옴 바다모 사니사 아모까 아례 훔”의 관욕진언을 짓소리로 한다. 이때 수인(手印)을 하며 삼업(三業)을 정화하는 밀의(密儀)를 행한다. 근세기 어장 스님들의 『동음집』에는 목욕게와 진언을 짓소리로 하였으나 오늘날 재장에서 목욕진언을 짓소리로 짓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목욕진언은 갠지즈강에서 목욕하는 인도의 풍습과 연결되는 정화법 삼스까라와 물이 지닌 종교적 의미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짓소리는 상단의 불보살을 향한 것이므로 하단의 관욕진언 짓소리는 예외적이다. 경기지역 영산재는 대령소(對靈所), 영남지역에서는 ‘외대령(外對靈)의 관욕절차에서 하단에 초청되는 대상에게 목욕진언을 송주한다. 반면 삼화사 수륙재에서는 상·중·하단 모두 관욕절차가 있다. 삼단에 관욕절차가 있는 것은『석문의범』을 비롯하여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 상·중·하단 목욕진언
상중하단에 모두 관욕절차가 있는 삼화사수륙재 목욕진언을 보면, 상단은 “옴 디사디사 싱가 사바하” 중단 “옴 디사디사 승하 사바하” 로 짧으나, 하단은 “옴 다사모 사니사 아모카 아례 훔”으로 봉원사 영산재 대령의 목욕진언과 동일하다. 수륙재에서 불보살과 신중단에도 관욕절차가 있는 것은 먼 길 오신 분께 씻을 물을 내어 드려 권유하는 만큼 관욕절차가 간단하다. 반면 하단의ㄴ 목욕진언을 짓소리로 짓는 것은 영가와 고혼의 삼업을 정화하는 역할이 막중하다.
○ 하단 목욕진언의 특수성
범어범패에 속하는 진언은 대개 일자일음으로 촘촘히 짓지만 헌좌진언과 목욕진언은 게(偈)와 마찬가지로 진언도 늘여서 짓는다. 그러나 헌좌진언은 상단의 불보살을 향한 절차에서만 늘여짓고, 중·하단의 헌좌진언은 평염불로 짓는다. 이는 상단에서 장엄성을 갖추어 짓는 범패가 중·하단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쓸어 짓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목욕진언은 상·중단 보다 하단에서 짓소리로 하는데, 이는 영가와 고혼을 목욕시키는 다소 비장한 의미와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목욕진언을 하는 동안 일단의 승려들이 제단 앞에 앉아서 수인을 하며 양치와 세수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작법을 설행한다. 이어서 혼령에게 종이로 만든 옷을 입히고, 불로 태워 물그릇에 그 재를 떨어뜨림으로써 옷이 도달한 것을 나타내며, 나아가 착의(着衣)·정의(整衣)진언을 한 후 불보살을 뵈로 가는 길에 산화락을 불러주고, 마침내 불보살을 뵈며 ‘정례’를 노래하므로 궁극은 볼보살을 향한 존숭을 드러내는 맥락이 있다.
○ 목욕진언 율조
영산재의 대령 절차와 수륙재 하단의 관욕절차는 짓소리 진언을 장엄하게 지을 뿐 아니라 작양지(爵楊枝)·수구(漱口양치질)·세수면(洗手面)진언까지 연달아 지으며 영가와 고혼의 신·구·의 삼업(三業)을 정화하는 작법을 엄중하게 행한다. 목욕게의 마지막 소절을 보면 여늬 진언 보다 월등히 낮은 음으로 내려가서 삼업 정화의 진정성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목욕진언은 앞의 저음을 받아서 ‘옴’의 첫 음을 무겁게 발성하여 한 껏 늘이므로써 한어 범패와 다른 범어 진언의 무게감과 신비감을 자아낸다.
의례설행의 게와 진언은 한 세트로 짜여져 있으므로 고문헌 의례집에는 이 절차의 제목을 하나로 묶어 ‘목욕진언’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행 할 때도 목욕게를 시작할 때 징을 치고, 목욕진언까지 모두 지은 후 마침 태징을 하므로 게와 진언이 하나의 곡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악보에서도 목욕게를 시작할 때 징을 치고, 목욕진언까지 다 하고나서 징의 타주가 표시되어 있다. ‘옴~~’ 소리를 무거운 소리로 한 없이 길게 늘이는 것은 업식을 정화하는 밀교적 가지(加持)로써 모든 영가와 고혼들을 구제하는 실사(實賜)의 힘을 발휘한다.
1)박송암, 김운공, 장벽응, 조덕산, 박운월, 김화담, 한재은, 윤동화 합창, 한만영, 『한국불교음악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0, p279, pp295-302 참고하여 재작성 함.
미등(연제영), 『국행수륙대재』, 조계종출판사, 2010. 법 현, 『영산재연구』, 운주사, 1997.
윤소희(-)